판교 주공 임대아파트 공급 현황
내집마련 기회지만 임대가격 분당 전셋값 맞먹어
10년뒤 분양전환값 불확실…2068채 내일부터 접수
10년뒤 분양전환값 불확실…2068채 내일부터 접수
대한주택공사가 경기 판교새도시에 선보인 중대형 임대아파트가 판교 입성을 고려하는 무주택 수요자들에게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비교적 적은 초기 자금으로 판교에 내집을 장만할 수 있는 기회이지만, 임대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지 않다는 점에서 청약 여부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판교 주공 임대아파트는 10년간 임대한 뒤 분양전환되는 ‘보증부 월세’ 방식의 임대주택으로, 오는 10일부터 3자녀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청약 접수에 들어간다. 규모는 4개 단지 총 2068가구로, 모두 전용면적 85㎡ 초과의 중대형으로만 구성돼 전량 600만원(서울 기준) 이상 청약예금통장 가입자에게 공급된다. 청약예금 1순위자 사이에 경쟁이 벌어질 때는 가점제를 적용해, 부양가족이 많은 장기 무주택 가구주를 당첨자로 뽑게 된다.
임대가격은 인근 분당새도시 아파트 전셋값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용면적 101㎡형(38평형)이 보증금 1억7150만원에 월임대료 65만원선으로, 월임대료를 전세로 환산하면 2억3700만원 수준이다. 특히 최근 입주가 시작된 판교 109㎡형(33평형) 전세가 1억4천만~1억5천만원에 나와있는 점을 감안하면 ‘임대조건’ 자체로는 매력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욱이 10년동안 임대로 거주한 입주자가 내야 할 분양전환 가격이 저렴하다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분양전환 가격은 성남시가 지정한 복수의 감정평가사가 평가한 감정가의 산술평균으로 정하도록 돼 있다. 일반적으로 감정평가액은 시세보다 10~20% 가량 낮지만, 최근 분양값 상한제를 적용해 공급된 판교 ‘푸르지오-그랑블’ 중대형 분양값(3.3㎡당 평균 1580만원)보다 10년 뒤 감정가가 낮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되레 앞으로 판교 집값이 오른다면 감정가는 그에 비례해 높아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무주택 실수요자라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판교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2만5천여 가구가 입주할 예정으로, 당분간 매맷값과 전셋값이 동반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유다. 여기에다 10년 뒤의 분양전환가격을 예측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사장은 “최근 판교 중대형 분양에서 탈락한 수요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내년에 공급될 송파새도시를 기다리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청약가점이 높은 무주택 가구주가 아껴왔던 청약통장을 사용할 곳은 아니라고 보는 분위기가 대세”라고 말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이번 임대아파트 4개 단지 가운데 교통과 생활 편의 여건이 좋은 동판교 2개 단지(A26-1, A21-2블록)를 뺀 나머지는 대량으로 미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