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롯데가 임차계약한 통일동산 부지 매입 약정
롯데 “상도에 어긋나”…신세계 “법적 하자는 없어”
롯데 “상도에 어긋나”…신세계 “법적 하자는 없어”
유통업계 맞수인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부산 센텀시티에 이어 파주에서도 치열한 ‘땅 싸움’을 벌이고 있다.
25일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신세계는 지난 23일 부동산 개발업체인 시아이티(CIT)랜드가 소유한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통일동산 안 8만6천여㎡를 아웃렛 터로 사용하기 위해 매입 약정을 맺었다.
문제는 이 터가 신세계의 경쟁사인 롯데쇼핑이 아웃렛을 열기 위해 지난해 1월 시아이티랜드와 20년 장기 임차 계약을 맺은 땅이라는 점이다. 롯데는 지난 1월부터 임차에서 매입으로 계약을 변경하려고 시아이티랜드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롯데는 파주 통일동산이 서울 접근성이 높아 휴양시설이 갖춰지면 가족 단위 소비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장점을 들어 아웃렛 개점을 추진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신세계가 시아이티랜드와 매입 계약을 맺은 것이다. 신세계는 앞서 2006년 시아이티랜드와 매매 협상을 벌였지만, 당시에는 땅값이 너무 높다고 판단해 매입을 포기한 바 있다. 신세계는 “시아이티랜드가 2006년 협상 때보다 3.3㎡당 50만원이 싼 125만원에 거래를 제의해 이를 받아들였다”며 “또 부지 매입 대금은 326억원으로 10%에 해당하는 계약금 32억원도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롯데 쪽은 “상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롯데는 이날 ‘파주 아웃렛 사업에 관한 롯데쇼핑의 입장’이란 보도자료까지 내어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으로 유통업체 간의 경쟁 질서를 저해하려는 점에서 유감스럽다”며 “2010년 상반기에 파주 아웃렛을 연다는 목표 아래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세계와 시아이티랜드 사이의 계약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신세계 쪽은 “계약금까지 전달했고, 법적인 하자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상태”라며 “몇가지 절차만 거치면 매입이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아이티랜드 쪽은 “시공사인 대림산업이 우선수익권자여서 계약을 체결할 때 대림산업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대림산업은 부지 매매를 선호해 롯데와의 임대차 계약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신세계와의 계약은 앞으로 절차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와 신세계의 부지 매입과 입점을 둘러싼 갈등의 골은 깊다. 지난 2007년 10월 신세계가 파주에 아웃렛을 내기 위해 터 매입을 검토하던 시기에 롯데 역시 파주에 아웃렛을 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롯데백화점이 2007년 12월 부산 센텀시티점을 낸 뒤 신세계는 롯데백화점 터의 3.4배에 이르는 대형 쇼핑센터를 세웠다. 유통업체의 한 임원은 “롯데는 부산 센텀시티에 이어 파주까지 연패를 당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롯데는 유독 유통 쪽 경영에서는 의사 결정 등에 있어 다소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두 업체간 ‘혈전’은 유통업체의 ‘부동산 소유 본능’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통담당 한 기업 분석가는 “유통업체들은 입점을 위한 부지 매입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상 부동산으로 매매 차익을 남기기 위해 매입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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