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의 부동산 중개업소 주변에서 15일 오후 주민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최근 강남 3구의 집값이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면서 부동산 중개업소에 나와있던 매물들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저금리에 돈 넘쳐…재건축에 돈쏠림 닮은꼴
마이너스 성장·미분양 물량 3배등 여건 달라
아직은 호가 상승…전문가들 ‘박스권’ 예상
마이너스 성장·미분양 물량 3배등 여건 달라
아직은 호가 상승…전문가들 ‘박스권’ 예상
올해 주택시장은 2006년 당시와 판박이?
최근 서울 강남에서 시작된 집값 상승세가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투기적 수요가 가세하면서 과열 양상을 빚었던 2006년의 시장 상황과 비슷하게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상황만 보면, 배경은 실제로 비슷하다.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시중에 너무 많이 풀린 돈이 주택시장으로 몰리는 양상을 말한다.
그렇지만 올해는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데다, 미분양 주택이 2006년에 견주면 세배에 이르는 등 기초적인 수급 여건은 확연히 다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최근의 강남발 집값 상승이 수도권 전체로는 번지지 못하고 ‘반짝 상승세’로 그칠 것으로 보는 이유다.
■ 비슷한 여건, 비슷한 흐름 2006년과 올해 상반기 금융시장 여건이 비슷하다. 당시에도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면서 주가와 강남 재건축 집값이 함께 상승했다. 금리는 더 싸졌다. 현재 시중금리는 2006년보다 1%포인트 정도 더 낮아져 은행권 대출 금리가 4%대다.
자산시장 거품의 연료 노릇을 하는 부동자금이 풍부하게 축적돼 있다는 것도 닮은꼴이다. 단기 대기성 자금의 ‘정류장’ 구실을 하는 머니마켓펀드(MMF) 자금이 지난 14일 123조4375억원으로 금융위기 전인 지난해 9월1일(74조8708억원)에 견줘 48조5667억원 늘어났다.
집값이 오르는 경로도 유사하다. 올해 역시 2006년처럼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 집값 급등세가 시작됐다. 최근 서울 개포동 일대 아파트값은 42㎡형이 8억원을 호가하며, 2006년 말 고점의 90%선을 회복했다. 잠실 제2롯데월드 건립 영향으로 잠실주공5단지 112㎡형 매맷값은 지난해 말 8억원보다 3억원 가까이 오른 11억원에 이르렀다. 2006년 당시에는 압구정·개포·대치동 등 강남권 재건축 단지 아파트값이 급등한 뒤 목동과 분당, 용인 등지를 거쳐 하반기부터 서울 전역으로 상승세가 파급됐다.
■ 기초 여건은 달라…제한적 예상 시야를 넓히면 2006년과 올해 사이에는 다른 점도 많다. 먼저 강남 재건축을 비롯한 ‘버블세븐’ 아파트 가격 상승의 파괴력이 당시보다 크지 않다. 최근 강남권 주택시장은 거래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대부분 규제완화 기대감에 기댄 호가 상승이다. 지난 2월 서울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6361건으로, 지난해 12월(4728건)에 견줘선 늘었지만 2006년 월평균 1만5965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또 강남 집값만 홀로 오르고 있는 것도 한계다. 경부축에 있는 ‘버블세븐’인 분당과 용인의 경우는 지난주 매맷값 변동률이 각각 0.03%. 0.05%로 보합 수준이다.
여기에다 강남 외에 강북지역 집값이 이미 많이 올라 있다는 점도 2006년과는 다른 여건이다. 2006년에는 10월 은평뉴타운 고분양가 논란과 정부의 느닷없는 검단새도시 발표에 따른 공급 불안이 겹치면서 강북권 집값까지 급등한 바 있다. 지금은 서울시내에서도 장기 미분양 아파트가 널려 있을 정도로 공급초과 상황이다. 근본적인 차이는 경제 여건이다. 2006년에는 경제성장률이 5.2%였으나 올해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계소득이 늘지 않는 한 현재 집값 수준에서 수요초과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만약 더 오른다면 심각한 거품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강남발 재건축 집값 상승이 다른 지역까지 확산될 계기는 특별히 없을 것”이라며 “강남권만 보더라도 박스권 장세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도 “저금리로 시중 유동자금이 몰린 강남시장이 최근 ‘흥분 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오래갈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강남 집값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최근 강남 집값 상승은 국지적 현상으로 보지만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강남3구의 투기지역 해제 여부는 시장 상황을 봐가며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여기에다 강남 외에 강북지역 집값이 이미 많이 올라 있다는 점도 2006년과는 다른 여건이다. 2006년에는 10월 은평뉴타운 고분양가 논란과 정부의 느닷없는 검단새도시 발표에 따른 공급 불안이 겹치면서 강북권 집값까지 급등한 바 있다. 지금은 서울시내에서도 장기 미분양 아파트가 널려 있을 정도로 공급초과 상황이다. 근본적인 차이는 경제 여건이다. 2006년에는 경제성장률이 5.2%였으나 올해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계소득이 늘지 않는 한 현재 집값 수준에서 수요초과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만약 더 오른다면 심각한 거품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강남발 재건축 집값 상승이 다른 지역까지 확산될 계기는 특별히 없을 것”이라며 “강남권만 보더라도 박스권 장세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도 “저금리로 시중 유동자금이 몰린 강남시장이 최근 ‘흥분 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오래갈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강남 집값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최근 강남 집값 상승은 국지적 현상으로 보지만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강남3구의 투기지역 해제 여부는 시장 상황을 봐가며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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