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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4248만원 올라 최고…“올가을 강북권 공급부족·가격상승 우려”
서울 지역 아파트 전셋값이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의 고점을 돌파했다. 이사철이 아닌 여름에도 이처럼 상승세를 이어가 시장 안팎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전셋값은 주택 실수요를 반영하는 지표로, 서민 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물가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가계 소득이 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전셋값이 먼저 급등하면 서민들의 주거안정이 크게 위협을 받게 된다고 경고한다. 또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자산버블과 함께 실주거비용(전월세금) 급등까지 겹치면 인플레이션 위험을 더 키워 경기회복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30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 조사를 보면, 이날 현재 서울 지역 아파트의 가구당 평균 전셋값은 2억41만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2월 이후 24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며 열달 만에 2억원대를 다시 돌파한 데 이어 사상 최고치로 올라선 것이다. 서울 아파트 가구당 전셋값은 지난해 9월 2억7만원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뒤 하락세로 돌아서 올 2월에는 1억9221만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전셋값이 다시 급등세를 띠고 있는 것은 최근 경기회복 기대감 속에 좀 더 좋은 주거환경을 찾는 이사 수요는 늘어나고 있는데 반해 전세물량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택경기도 올 상반기를 지나며 바닥을 다지는 분위기지만 새 주택을 지어 완공하는 데는 2~3년의 기간이 소요돼, 수요와 공급의 ‘괴리’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공재걸 부동산써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올 들어 공급이 줄고 새 아파트 전세 물량이 소진되면서 수급 불균형이 촉발된 게 전셋값 불안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상반기에 전셋값이 많이 오른 서울 강남 지역보다 강북권의 상승세가 가팔라진 것도 심상치않은 현상이다. 학군수요가 많은 노원구 중계동의 경우 전세매물이 귀해지면서 최근 두 달 새 전용면적 85㎡형 안팎 아파트 전세금이 1000만~1500만원 올랐다.
김혜현 부동산114 본부장은 “강북지역 전세금이 뛰는 것은 입주물량은 없는 상태에서 기존 이사 수요에 뉴타운, 재개발 이주수요자들까지 전셋집을 찾고 있기 때문”이라며 “올 가을철 강북 전세시장은 매물 부족과 가격상승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올 가을 강남권 전셋값은 안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한다. 9월부터 연말까지 판교 새도시에만 1만여 가구의 새 아파트가 무더기로 입주, 인근 지역의 연쇄적인 가격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개발 사업이 한창인 강북권은 전세난이 더 심화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토해양부와 기획재정부는 전세시장이 아직까지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니라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전셋값 상승세가 8~9월에도 계속될 경우 전세자금 대출 한도를 늘리는 등 대책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또 재개발 사업구역의 이주시기 조정을 통해 전세 수요를 분산시킨다는 방침을 정하고 서울시에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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