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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난방비 ‘0’ 녹색꿈 건축

등록 2009-10-28 18:55수정 2009-10-28 18:57

맨 위부터 대림건축환경연구센터의 친환경 주택에 설치된 태양열 전구, 열교환기 성능 실험, 집안 내부 조명 실험.
맨 위부터 대림건축환경연구센터의 친환경 주택에 설치된 태양열 전구, 열교환기 성능 실험, 집안 내부 조명 실험.
[한겨레 특집]




‘웅~.’ 연구실 문을 열자 컨테이너를 닮은 항온항습 체임버(밀폐된 실험실)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항온실과 실험실, 저온실 등 3개의 방으로 나뉜 체임버에서는 열교환기 성능 실험이 한창이다. 실험실에는 파이프를 통해 항온실과 저온실로 연결된 열교환기가 놓여 있고, 컴퓨터는 항온실과 저온실의 온도를 점검중이다. 대림산업 환경연구지원팀 정민호 박사는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단열이 가장 중요한데, 실내공기의 온도를 외부로 빼앗겨서도 안 되고 외부의 공기가 차가운 채로 들어와서도 안 된다”며 “지금 실험중인 열교환기는 내부에서 나가는 공기의 온도를 회수해 외부에서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를 데운 뒤 실내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대전역에서 차로 30분가량을 달려 도착한 대림산업 건축환경연구센터. 이곳에서는 매일 2~3개가량의 친환경·저에너지 기술 실험이 이뤄진다. 이날은 종이 열교환기에 견줘 성능이 떨어지는 플라스틱 열교환기 점검이 한창이었다. 정 박사는 “교환기 내부는 찬 공기과 더운 공기가 만나는 곳인 만큼 종이 소재를 사용하면 곰팡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플라스틱을 이용하면 이 같은 문제를 예방할 수 있지만, 종이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져 개선 작업 중이다”라고 말했다. 연구원들은 기술 개발이 완료된 뒤에도 실용화 단계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반복적으로 보완작업을 진행한다. 대림은 이미 종이 열교환기 효율성을 10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대림 건축환경연구센터 에너지 제로주택 도전
매일 2~3개 기술실험…실용화까지 보완 되풀이
음식쓰레기·인분서 메탄추출 시도 ‘악취와 씨름’

대림이 친환경·저에너지 건축물을 짓기 위해 기술연구를 시작한 것은 2003년부터였다. 고유가와 이산화탄소 배출이 국제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친환경 건설이 앞으로의 건축 산업을 이끌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2006년에는 대전 건축환경연구센터 옆에 기존 건축물과 비교해 냉난방 비용이 20~30%밖에 들지 않는 패시브(Passive) 하우스 개념의 3리터공동주택을 국내 최초로 준공했다. 1㎡당 연간 3리터의 화석연료만으로 냉난방을 해결하는 저에너지 주택이다. 이어 대림은 2008년 7월 ‘에코 3리터 하우스’(ECO-3L House)라는 친환경·저에너지 비전을 선포하고, 2012년까지 이를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에코 3리터 하우스는 3리터 하우스와 달리 신재생에너지를 결합해 냉난방 에너지 소비량을 ‘0’으로 만든 제로에너지 주택이다.

대림산업 건축환경연구센터
대림산업 건축환경연구센터

대림은 기술적으로는 이미 제로에너지 주택 건축을 넘어섰다. 건축환경연구센터 옆의 3리터 하우스는 현재 제로에너지를 넘어 플러스에너지 주택으로 거듭난 상태다. 현재 연구센터에서 이뤄지는 연구의 대부분은 개발된 기술의 경제성을 높이는 작업이다. 대림 환경연구지원팀 원종서 박사는 “경제성에 대한 고려 없이 냉난방 에너지 제로하우스를 짓는 것은 현재 개발된 국내외 기술로 가능하지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경제성과 효율성이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대림은 친환경 전문 연구원 15명을 포함해 30명의 에코 3리터 하우스 티에프(TF)팀을 2008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현재 연구센터에서 실험이 진행중인 친환경 기술은 20여 가지, 준비중인 것까지 포함하면 85가지다.

최근 대림은 2가지 건축기술에 특허출원을 완료했다. 진공복층유리 시스템과 건식외장단열 패널 시스템이 그것이다. 두 가지 기술만 적용해도 50% 에너지 저감형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 ‘진공복층유리 시스템’은 두 장의 유리 사이에서 열전달의 매개체인 공기를 빼내 진공상태로 만들어 단열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건축물 열에너지의 30%가량이 유리를 통해 손실되는데 진공유리를 도입하면 유리의 열효율이 벽과 같아져 열손실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건식외장단열 패널 시스템’은 단열재를 실내 벽 쪽이 아닌 건물 바깥쪽에 붙이는 기술이다. 대림은 “단열재를 건물 밖에 붙이는 것만으로도 내부 온도를 4~7℃가량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두 기술은 2010년 공급되는 이(e)-편한세상 아파트에 적용된다.


에코3리터 하우스 개념도
에코3리터 하우스 개념도

요즘 건축환경연구센터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연구는 음식물 쓰레기와 인분에서 메탄가스를 뽑아내는 실험이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은 음식물 쓰레기와 인분이 많이 나오는 만큼, 메탄 추출이 가능하다면 상당량의 신재생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연구원들은 실험 원료를 구하기 위해 매일 연구센터 인근의 식당을 돌며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고, 정화조에서 인분을 구해 온다. 실험 원료 자체가 악취가 강하다 보니 다른 연구실에서 민원도 잦다. 실제로 메탄가스 추출 실험실 주변은 은행나무 열매 향과 같은 암모니아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대림은 현재 한국의 친환경 건축 기술 수준이 유럽 등의 선진국에 비해 떨어지지만, 미래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한다. 외국의 경우 단독주택 중심의 친환경 건축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반면, 한국은 아파트 등과 같은 공동주택에서 실현 가능한 친환경 건축 기술 연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종서 박사는 “한국은 전체 에너지의 25%가 주택에서 소비되는 만큼 저에너지 건축물 개발은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정부가 단순히 그린홈을 몇 만가구 짓겠다는 식의 정책이 아니라, 어떻게 그린홈을 확대할 것인지 구체적이고 단계적인 로드맵을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제로에너지 주택과 패시브설계

제로에너지 주택은 건축물의 에너지 손실을 줄이면서 필요한 에너지는 신재생에너지 기술로 주택 내에서 자체 생산해, 화석 에너지 사용을 ‘0’으로 낮춘 주택을 의미한다. 넓은 의미로는 에너지 소비량이 매우 적은 주택을 일컫기도 한다.

패시브(Passive) 설계는 벽체와 창호의 단열을 개선하고, 자연 채광 등 자연에너지를 활용해 열손실을 최대한 줄여 건물의 에너지 소비를 낮추는 설계 방식을 가리킨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대중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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