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최근 분당, 용인, 과천과 강남 일부 지역의 부동산 폭등 문제에 대해 비공개 관계장관회의를 한 뒤 이해찬 총리가 집무실을 나가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
긴급점검
‘제2, 제3의 판교’ 투기판만 키울판
정부가 질 좋은 주택공급 확대를 명분으로 강남을 대체할 수 있는 제2, 제3의 판교새도시 개발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택 공급물량 확대는 필요하지만 강남과 분당 등 고급 주거지 수요를 분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서울공항 터 등 강남지역과 가까운 곳을 판교새도시처럼 개발하는 것은 되레 부동산 투기의 판을 키우는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새도시 개발은 ‘강남 대체지’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중산층과 서민들의 주거안정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자리매김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제2 판교 공급 확대론 위험=
건설교통부 는 강남과 가깝고, 그린벨트가 아니면서, 300만평 이상의 대규모인 곳을 새도시 개발 후보지역으로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연초 개발 여부를 두고 논란을 빚었던 성남 서울공항 같은 곳이 다시 유력한 후보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렇지만 강남과 가까운 지역을 판교처럼 개발하는 방식은 보상비가 높아지고 분양값이 오르는 등의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이 경우 토지 수용자에게 지급된 막대한 보상비가 주변 지역으로 재투자돼 집값과 땅값이 상승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가수요 맞선 공급 확대’ 폭락 부를수도
전문가들 ‘세금 정공법’ ‘공영개발’ 제안
이와 함께 최근 강남과 분당 등 특정지역 집값 상승은 실수요 거래에 따른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가수요에 따른 호가 위주 상승인 만큼 이에 대한 대책으로 공급 확대를 들고 나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도 있다. 가수요에 대해서는 수요 억제와 투기소득 세금 회수라는 정공법을 써야 하며, 가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공급 확대는 어느 시점에 가면 공급 과잉이라는 부작용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전강수 대구카돌릭대 교수는 “강남과 분당새도시 주택수요 분산을 위해 제2의 판교새도시를 개발하겠다는 발상은 위기의 원인을 잘못 진단한 결과”라며, “실수요가 아닌 투기적 가수요에 대응해 공급을 확대하면 집값 거품이 확대되어 이후 가격 폭락이라는 재앙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제2의 판교 개발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사이버 공간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건교부 게시판에 ‘1주택자’라는 아이디로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강남 가까운 곳에 제2의 판교새도시를 조성한다면 이제는 나부터라도 개발 지역 주변에 무조건 투자하겠다”면서, “더 이상 국민들이 투기 행렬에 휩쓸리도록 방치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청와대를 대상으로 판교새도시 개발을 공영개발 방식으로 전면 전환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어 주목된다. 공영개발이란 민간업체한테 택지를 판매하지 않고 주택공사와 자치단체 산하 지방공사 등 공공기관이 직접 주택을 건설한 뒤 임대로만 수요자들에게 공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건교부는 이에 대해 “이미 판교새도시 전체 주택 가구수의 40% 정도가 임대주택으로 공급되는 데다, 전면적인 공영개발은 사업자의 손실 보존에 따른 재정 부담이 커진다”면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건교부는 특히 분양주택 등 다양한 주택 수요를 충족할 수 없어 강남 등 인근지역 중대형 주택의 가격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렇지만 집값 안정이라는 애초 개발 목적을 상실한 판교새도시 개발계획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전면적인 공영개발은 아니더라도 판교새도시의 임대주택 건설 물량을 늘리는 등 공공성을 더 높이고 이를 판교 뿐 아니라 다른 새도시 개발에도 적용하는 원칙으로 정립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투기지역에 맞는 대책 마련해야 =국세청은 집값 급등지역에 대해 세무조사, 아파트 기준시가 인상, 주택담보 대출자금 관련 출처조사 등 응급 처방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가 정부 정책에 반발해 15일부터 동맹 휴업에 들어가고 주택시장도 비수기에 접어들고 있어 세무조사 등이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강남과 분당, 용인 등 최근 집값 급등지역이 모두 투기지역 및 주택거래 신고지역이라는 점에서 기준시가 인상의 효과도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들 지역은 이미 취·등록세와 양도세를 실거래값으로 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올해 재산세도 지난 6월1일 현재 공시가격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이달에 기준시가가 추가로 인상되더라도 7월과 9월에 부과될 주택분 재산세나 12월에 부과될 종합부동산세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하게 된다.
이에 따라 투기지역에 대해서는 보유세와 양도세를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높이되 일정 기간 유예기간을 둠으로써 유예기간 동안 적정 세금을 내는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예컨대 내년부터는 1가구2주택 이상 등 다주택 소유자의 재산세를 집값에 비례해 인상하고 양도세율도 15% 포인트 올리는 탄력세율을 적용하는 등의 투기소득 환수계획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강남 중대형도 공급 넘치는데…
내년 1만5천가구 중 절반이상
전세값 하락세도 “거품” 근거
서종대 건설교통부 주택국장은 13일 “강남은 재건축 등으로 아파트 공급물량이 내년에는 20여년 만에 최고치에 달할 전망이고, 판교 등 수도권 일대 8곳에 새도시를 건설 중이어서, 중대형이 부족하다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행정중심도시가 조성되면 서울 등 수도권에서 30만명 이상이 빠져 나가 강남, 분당을 중심으로 수도권의 집값이 오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요즘의 집값 폭등은 시중 부동자금과 투기·기대 심리가 어우러진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건교부는 서울 강남지역의 내년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올해보다 6천가구 가량 증가한 1만5천가구에 육박해 1982년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구별로는
강남구 8077가구,
송파구 3857가구,
서초구 3035가구 등이다. 이는 서울시 전체 입주 물량 4만4508가구의 33.6%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 물량 가운데 절반 이상은 중대형이다. 2007년에도 1만가구 이상이 공급될 것으로 추정된다. 또 수도권 공공택지의 아파트도 2008년에 12만가구가 공급되는 등 앞으로 5년동안 46만7천가구의 입주 예정 물량이 대기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물량이 많다. 특히 강남 재건축은 소형 평형을 중대형으로 늘리는 경우가 많아 중대형이 늘어나면 늘어났지 특별히 부족한 것도 아니다.
기존에 있는 아파트도 강남권 3개구는 30평 이상이 63%로 서울 평균(54%)보다 높다. 40평 이상은 강남구는 27%로 서울 평균(16%)의 두배에 가깝고 서초(31%), 송파구(24%)도 훨씬 많다. 강남권 안에서 중대형으로의 이동도 어렵지 않은 편이다.
전세가격을 보면 강남지역의 주거안정은 더욱 두드러진다. 서울의 전세가격은 2002년 5월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매년 떨어지고 있다. 특히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은 전국이 57%인 반면, 서울 강북은 48.2%, 강남은 더 낮은 42.9%이다. 이는 강남의 전세 수요가 다른 지역보다 많지 않다는 뜻이다. 따라서 전세가격 비중이 높아야(70% 정도) 전세가로 집을 살수 있어 집값 폭등으로 이어지는데, 이번의 오름세는 주거안정 상태에서 진행돼 거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건교부 관계자는 “공급 물량, 전세값 안정추세 등을 감안할때, 투기세력이 빠져나가면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는 거품도 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종식 기자
jongs@hani.co.kr
“판교는 실패작”
경실련 “사업추진뒤 강남집값 23조원 뛰어”
“판교새도시는 개발 목적을 사실상 상실했다.”
요즘 시민단체는 몰론, 부동산 업계에서도 판교는 집값 안정이라는 애초 목적을 달성하기보다 오히려 부동산 시장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판교가 집값 폭등의 진원지라는 뜻이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이 판교새도시 개발 중단을 요구하고 나설 정도다.
30년 이상 녹지로 잘 보존되고 있던 경기 성남 판교는 강남 수요 분산을 통한 집값 안정을 명분으로 2001년 12월 기본구상안이 발표되고 2003년 말 개발 계획이 확정됐다. 이번에 집값 폭등을 잡겠다고 건설교통부가 ‘판교급 새도시’를 또 건설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판교는 올초부터 중대형 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1500만원을 넘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돌면서 ‘판교보다 못할게 없다’고 주장하고 나선 분당새도시, 용인, 평촌지역 집값을 잇따라 끌어 올렸다.
경실련은 13일 성명을 통해 “판교새도시 사업 추진 이후 올초부터 용인·분당은 11조원, 서울 강남권은 23조원이 오르는 등 이 사업이 집값 폭등과 투기 조장의 주범임이 명확해 졌다”며 “집값 안정은 커녕 부작용만 양산하는 판교 사업을 중단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이에 대해 김성식 엘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판교는 애초 계획보다 실제로는 중대형이 크게 줄어들지 않았는데도 일부 전문가들이 부족하다고 주장하면서 기대심리 때문에 주변까지 집값이 크게 오른 측면이 많다”며 “정부가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하면 부동산 오름세는 잡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종식 기자
jongs@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