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에 세금혜택만…전월세 상한제 등 검토해야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협하는 전세난이 다시 몰아치고 있는데도 정부의 대책은 겉돌고 있다. 올해 들어 공급 확대 쪽에 무게를 둔 정부의 이른바 ‘친시장적 대책’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1·13 전월세 대책’, ‘2·11 전월세시장 안정 보완대책’을 통해 주택공급 확대, 임대사업자 세제 지원, 전세자금 대출 지원 확대 등의 전월세시장 대응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또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 내놓은 대책도 주로 임대사업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 시장에서 전셋값이 자연스레 안정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주택 공급기반 확충을 명분으로 삼아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취득세·보유세·양도세 등 다주택자가 내야 할 세금을 전방위로 대폭 깎아줘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발상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주택자에게 세금 혜택을 주게 되면 예컨대 ‘강남 3구’나 판교새도시 등 임대 수요가 많고 전월세 가격이 높은 특정 지역에 투기 수요가 몰려 집값을 자극하고 매물도 줄어드는 부작용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다주택자의 보유세와 양도세를 낮추게 되면 여유계층의 진입 장벽을 허물어뜨려 주택 소유 집중 현상을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올해 들어 소폭의 오름세 내지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는 주택 매맷값이 좀더 떨어지면서 시장에 매물이 늘어나고 거래도 활성화되는 게 전세시장 안정에도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 소장은 “주택을 구입하려고 해도 저가의 매물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으로 되레 시장에 매물이 많이 나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지금으로선 어느 정도 집값이 떨어져야 주택시장 안정은 물론 주택구입 여력이 있는 전세 수요층의 매매 활성화로 전세시장도 안정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좀더 직접적인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이주 시기를 분산시키는 것 말고도 최근 정치권이 논의중인 전월세 가격 인상률 상한제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늘어나고 있는 월세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해 월세의 소득공제를 늘려주는 방안도 거론된다. 현행 월세 소득공제 대상은 배우자 또는 부양가족이 있는 연 소득 3000만원 이하의 무주택 가구주로, 공제금액은 월세액의 40% 이내에서 300만원까지로 제한돼 있다. 정부는 8월 말 발표할 ‘2012년 세제개편안’에 월세 소득공제 확대 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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