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도 만19살 당첨…‘금수저 특별공급’ 손보나

그래픽-장은영

개포 이어 ‘그들만의 잔치’ 논란 확산

분양가 8억 넘는데…20대도 당첨
“특별공급 악용” 제도개선 목소리
청와대에 ‘고가분양 제외’ 등 청원
“사회배려 없애면 금수저 더 유리”
역효과 우려하는 반론도 만만찮아
정부, 당첨자 조사…대책마련 고민
전문가 “민영은 특별공급 재검토를”

그래픽-장은영

분양가가 14억원에 이르는 서울 강남구 개포8단지 재건축 아파트에 이어 과천주공2단지 재건축 아파트 특별공급에서도 만 19살 당첨자가 나오면서 이른바 ‘금수저 청약’ 논란이 달아오르고 있다. 한편에선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위해 마련된 특별공급이 악용되고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금수저 청약’은 특별공급에서만 빚어지는 이례적 현상이 아닌 만큼 사회적 배려자 공급을 축소·폐지한다면 일반 ‘금수저’들에게 그만큼 기회가 더 돌아가는 역효과가 생길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26일 부동산 업계 말을 종합하면, 과천주공2단지 재건축 아파트 ‘과천위버필드’ 특별공급 당첨자 선정 결과 1999년생인 김아무개(19)씨가 최연소 당첨됐다. 김씨는 기관추천 특별공급으로 전용면적 59㎡A형에 당첨됐으며, 59㎡B형 당첨자 가운데는 28살인 1990년생도 있었다. 이 아파트 전용 59㎡는 유일하게 중도금 40% 대출이 적용되긴 하지만, 분양가격이 8억원대에 달해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이에 자체적으로 조달하기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자이 개포’ 본보기집에서 내방객들이 아파트 조형물을 살펴보고 있다. 현대건설 제공

앞서 같은 시기에 분양된 강남구 개포8단지 재건축 ‘디에이치자이 개포' 아파트 특별공급에서도 1999년생(19살·장애인)을 비롯해 20대 13명(기관추천 4명, 신혼부부 9명)이 당첨돼 논란이 됐다. 이 아파트는 전용 84㎡ 분양가격이 14억원대인데다 중도금 대출까지 막혀 20대 이하 당첨자들은 본인 소득 외에 부모 등에게 물려받는 돈으로 청약한 전형적인 ‘금수저 청약자'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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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분양가 10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특별공급을 폐지해야 한다'거나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경우 소득제한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등 특별공급 제도 개편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있다. 특히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소득 제한 규정으로 인해 자녀 1명을 둔 맞벌이의 경우 연봉 7200만원 이하인 부부에게 자격이 주어지는데, 최근 ‘디에이치자이 개포’에선 신혼부부 119명이 당첨됐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 사이에선 “그 정도 연봉으로 분양가 10억원대 아파트를 대출 없이 분양받기란 불가능한 만큼 사실상 부모의 재력을 배경으로 지닌 ‘금수저’들이 청약한 것”이라며 “맞벌이 신혼부부 연소득 기준을 더 올리고 일정 소득 이하는 청약을 못하도록 하는 게 맞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처럼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위한 특별공급 제도가 강남권 고가 분양시장에서 ‘금수저'들의 편법 청약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이 들끓자 정부는 특별공급을 포함한 당첨자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여 증여세 탈루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전체 1690가구의 27.1%인 458가구가 특별공급으로 배정돼 444명이 당첨된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경우 국세청이 당첨자 자금 흐름을 면밀하게 들여다볼 예정이다.

전문가들도 민영주택 특별공급 제도에 대한 재검토는 필요하다고 본다. 기관추천 특별공급의 경우 서울 아파트를 추천할 수 있는 기관이 11곳에 이를 정도로 방만하게 운영되고, 세대주 외에 세대구성원까지 자격을 주면서 ‘만 19살 당첨자’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만 65살 직계존속을 3년 이상 모신 가구를 배려하는 ‘노부모 부양자’ 특별공급, 미성년 자녀가 3인 이상인 가족에게 혜택을 주는 ‘다자녀가구’ 특별공급의 경우 부양가족이 많은 사람에게 높은 가점을 주는 일반공급 가점제와 일부 중복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큰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이른바 ‘로또 아파트’가 공급될 때는 특별공급이든 일반공급이든 20대 이하 ‘금수저’ 청약자가 나올 수 있어, 일각의 지적처럼 고가 아파트의 특별공급을 폐지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더블유엠(WM)스타자문단 부동산전문위원은 “논란이 되고 있는 ‘금수저’ 청약은 본질적으로 자금출처의 문제로, 증여세 탈루 조사와 함께 청약자격을 사고 파는 ‘은밀한 불법 매매’를 단속하는 게 필요하다. 또 특별공급 대상자 소득과 자산 등 요건은 일부 조정이 필요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주택기금과 관계자는 “특별공급 제도 운영 현황 전반에 대해 (문제가 없는지)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