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9.10 05:00
수정 : 2018.09.1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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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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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대책 긴급점검
② 구멍 뚫린 세제·대출규제
시세의 90% 수준 등 제시하고
고가주택부터 부담 올려 형평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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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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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이 애초 예상보다 강도가 약하다는 비판이 나올 때마다 ‘공시가격을 현실화할 것이기 때문에 세율 인상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밝혀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 목표치를 시세의 90% 수준 등으로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한편, 실거래가 반영률이 상대적으로 더 낮은 고가 주택부터 빠른 속도로 높여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시가격은 정부가 과세나 보상, 행정적 목적으로 평가해 공시한 부동산 가격이다. 하지만 실제 시장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가격과 유형, 지역에 따라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현재 아파트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실거래가 기준으로 60~70% 수준, 단독주택은 40~50%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고가 주택일수록 현실화율이 낮다. 참여연대가 서울 아파트의 실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준 평균 거래가격이 12억1751만원인 강남구의 현실화율은 63.7%, 평균 거래가격이 3억7885만원인 강북구의 현실화율은 68.3%였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지적을 반영해 공시가격의 현실화율과 형평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가 공시가격을 현실화해도 국민들이 이를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2019년 공시가격이 발표되는 내년 4월 이후다. 국토부는 그간 지적을 반영해 내년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겠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목표나 현실화 방법 등을 제시할지 여부조차 아직 결론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현실화는 국회 합의 없이 정부의 의지만으로 가능한 만큼 정부가 분명한 현실화 목표를 제시하면서 확고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상현 영산대 교수(부동산금융학)는 “그동안 정부가 보유세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공시가격 현실화가 유보되는 등 좌고우면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 부동산 시장에 낙관적인 신호를 줬다. 공시가격 현실화를 찔끔찔끔 할 게 아니라 1~2년 내 실거래가의 90% 수준으로 현실화한다는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해 시장에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정부가 속도를 내서 3~4년에 걸쳐 100%에 근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의 형평성을 높이는 작업을 우선적으로 더 신속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상수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격 상승이 빠른 고가 주택일수록 현실화율이 낮아 과표가 작아지는 역진성이 나타나는데, 형평성을 높이면 가격이 급등한 수도권 고가 주택 위주로 세 부담이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전체적인 현실화 수준을 올리는 것은 점진적으로 가더라도 형평성을 맞추는 것은 늦출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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