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9.11 05:00
수정 : 2018.09.12 13:05
|
10일 오후 서울에서 집값을 많이 끌어올린 최신 트렌드는 마용성 중 서울 강북 지역의 핫한 대표적인 아파트 마포의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단지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현장] 집값 상승 두드러진 마포 가보니
뉴타운 새 아파트 속속 들어서
도심 접근 용이하고 신축 이점
30~40대·대기업·전문직 매수행렬
주변 기존 집값도 덩달아 뛰어
대출 규제, 자산가들에겐 안 먹혀
도심 신규공급 재개발·재건축 의존
입주물량 부족도 ‘미친 집값’ 한몫
“‘공급 늘리자’ 대책으론 역부족”
|
10일 오후 서울에서 집값을 많이 끌어올린 최신 트렌드는 마용성 중 서울 강북 지역의 핫한 대표적인 아파트 마포의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단지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10억원 현금을 들고 집을 사러 오는 이들을 보면서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정말 돈 많은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더라.”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 일하는 공인중개사 ㄱ씨의 이야기다. 그는 요즘 주로 취급하는 아파트 값이 최근 한달반 사이에만 1~2억원, 2년 사이에 4~5억원이나 뛰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의 기승전결이 그동안 ‘강남권’에 쏠려 있었다면 최근에는 마포구와 용산구, 성동구로 열기가 옮겨 붙고 있다. 이른바 ‘마용성’이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이들 지역의 집값 상승 열기는 뜨겁다. ‘마용성’ 가운데서도 가장 핫한 곳으로 꼽히고 있는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를 지난 7일 찾았다. 이 곳은 뉴타운으로 재개발이 시작된 뒤 3천여 세대를 포괄하는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선 이후 1천~2천세대 규모의 새 아파트 단지들이 속속 지어지고 있는 중이다.
ㄱ씨는 “이 동네 아파트에는 삼성·엘지(LG) 등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편이다. 연령대는 30대 중반부터 40대 초·중반이 많다”고 말했다. 전용면적 84㎡ 아파트의 경우, 이미 매맷값이 10억원을 훌쩍 넘긴 뒤인데도, 젊은 직장인들이 집을 사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간 정부가 부동산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대출 규제 등을 강화해왔다는 점을 떠올리면, 고소득자들이 대거 나섰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
|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실제로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의 실질 입주물량이 부족한 가운데, 고소득 직장인 혹은 자산가들이 도심의 새 아파트에 대한 매수 수요에 대거 합류하면서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밝힌 것처럼) 역대급 입주물량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 직후 과소 공급과 재건축 멸실에 따른 절대 공급 부족 때문에 서울 아파트의 실질 입주물량은 많이 부족한 상태”라며 “도심 내 신규 공급은 구도심 아파트 노후화에 따른 재개발·재건축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인데, 서울의 경우 2015년 이후 누적으로 실질 입주물량이 부족한 규모가 3만8864세대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여기서 실질 입주물량은 서울 아파트의 전체 입주물량 가운데 재건축으로 멸실된 세대를 제외한 규모를 말한다.
대출을 많이 끼지 않고도 집을 사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은 최근 고소득가구의 소득 상승세와도 관련지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상위 20% 가구인 소득 5분위의 경우, 올해 1분기에 가계소득(명목기준·전국 2인 이상)이 한 해 전보다 9.3% 증가한 데 이어 2분기에도 10.3%나 올랐다. 5분위의 소득이 두자릿수로 인상된 것은 2003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처음이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높아진 구매력을 토대로 신축주택 시장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승이 일어나고 주변 아파트들까지 동반상승 해온 것이 과거 2년의 흐름이었다”고 분석했다. 이대역 주변에서 만난 또다른 공인중개사 ㄴ씨는 “이 지역 주변의 대학, 병원, 법원 등 번듯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부모가 부족한 자금을 대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전통적인 선호지역인 강남을 벗어나 마포 아파트 값이 뛴 이유를 서울 도심으로의 접근성이 용이하고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마포구 일대에서 만난 또다른 공인중개사 ㄷ씨는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 광화문·종로 등으로 출퇴근하려는 이들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또 피트니스센터와 놀이방, 독서실 등 단지 내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점도 새 아파트를 찾는 수요를 높인다는 것이다. 마포에서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은 “맞벌이 부부 사정상 퇴근 뒤 아이 얼굴이라도 보기 위해선 직장과 가까운 곳에서 출퇴근을 할 수 있어야 했고, 강남 아파트들은 가격도 비싸고 시설이 오래되고 낙후돼 선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아파트 실수요자들의 고민이 이전보다 복잡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도심 접근성이 좋은 서울 종로구의 한 아파트 역시 요즘 매수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지난해 2월 입주가 시작된 이 아파트는 분양가가 7억원대였지만 현재는 14억원대 이상으로 껑충 뛴 상태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시내 접근성이 좋고 학군이 나쁘지 않아 고소득 전문직들의 매수 수요도 많다. 이달 들어서만 1억원 이상 가격이 더 올랐다”고 전했다.
정부가 곧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정작 집값이 한창 오르고 있는 지역에선 별다른 미동이 없다. 애오개역 주변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ㄹ씨는 한가위를 앞두고 수도권에 새 공급물량을 발표한다는데도 반응이 시큰둥했다. 그는 “6개월이면 다시 가격이 원래대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부동산학과)는 “1주택 소유자들이 낡은 주택에서 좋은 주택으로 교체이동하려는 수요가 꽤 많이 늘었다. 서울도 다가구, 다세대 신축까지 포함해서 보면 주택 공급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질 좋은 아파트 등 수요자들이 원하는 주택공급은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지적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