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9.11 19:38
수정 : 2018.09.12 09:55
|
*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부동산대책 긴급점검
③ 세입자 주거안정은 뒷전
정부, 5년간 공공임대 65만가구
신축 물량은 35만가구 그쳐
공공분양도 5년 15만가구 추진
수도권에선 절대 부족 ‘별 따기’
서민 위한 ‘주거 사다리’ 확충을
|
*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값비싼 민간분양 아파트는 꿈도 못 꿔요. 임대료가 낮은 장기임대주택이나 장기간 대출금을 갚아나갈 수 있는 공공분양 등에 입주하고 싶지만 서울권에 나오는 물량이 너무 없잖아요. 무주택 서민을 위한 공공주택 공급이 너무 더딘 것 같습니다.”(서울 동대문구 거주 청약통장 가입자 김아무개씨)
정부가 서울·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한 공급확대 대책을 준비 중인 가운데, 위치가 좋은 곳에 조성되는 공공택지에선 택지 매각에 의한 민간아파트보다는 신혼희망타운을 포함한 공공분양, 공공임대주택을 위주로 공급해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를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집값 급등으로 놀란 실수요자들의 심리적 안정과 함께 덩달아 불안해진 전월세시장 안정을 위해서도 저렴한 공공주택이 안정적으로 공급된다는 청사진을 확실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주거복지로드맵’에 따라 2022년까지 공급이 계획된 공공임대주택은 65만가구로 역대 최대치다. 하지만 새로 짓는 ‘건설형’은 35만가구에 그치고, ‘매입형·임차형’인 매입·전세임대주택이 30만가구에 이른다. 매입·전세임대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엘에이치) 등이 기존 다가구·다세대·오피스텔 등을 매입하거나 빌려 서민들에게 세를 주는 것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 도입된 공공임대 공급 방식이다. 이는 도시 외곽이 아닌 서민들의 생활 근거지 인근에서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장점이 있지만 기존 시장에서 민간임대주택으로 기능하던 주택을 공공이 다시 활용하는 방식이어서 장기임대주택 재고를 늘리는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의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율은 6.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8%)에 못 미친다. 그런 만큼 정부가 입지 여건이 좋은 수도권 공공택지를 추가로 지정할 경우, 장기임대주택 비축 효과가 큰 건설형 공공임대주택을 확충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수요자를 위한 공공분양주택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올해부터 5년간 15만가구, 연평균 3만가구의 공공분양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대기 수요층에 견줘 수도권 공급량이 절대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 6월 경기 시흥은계지구에서 엘에이치가 입주자를 모집한 공공분양주택 515가구(전용면적 51~84㎡)에는 1순위자 4528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올해 엘에이치가 수도권에서 공급하는 분양주택은 시흥은계를 포함해 공공택지 5곳 4262가구에 그친다. 수요는 많은데 공공분양 당첨은 ‘하늘의 별 따기’인 셈이다.
도심권에서도 주택 공급을 늘릴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정부는 가로주택정비사업, 자율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재정비(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내 유휴 부지를 최대한 활용해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협조가 필수라고 보고 있다.
동시에 서울시내 노후 아파트 단지들을 재건축할 때도 지역 여건에 맞춰 임대주택 물량을 최대한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서울시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재건축 단지에선 전용 60㎡ 이하 소형주택을 의무적으로 짓도록 해, 시가 이를 매입한 뒤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재건축 조합이 ‘임대주택’ 이미지를 꺼리고, 강남권 일부 단지는 아예 소형주택을 지을 필요가 없는 ‘1 대 1’ 재건축을 추진하는 등 있으나 마나 한 제도로 전락한 실정이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오죽하면 용산공원에 대규모 임대주택을 지어달라는 극단적인 청원까지 나왔겠나 싶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공공복리에 기여하는 임대주택을 짓는 경우에는 용적률 상향 조정을 포함해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