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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29 18:28 수정 : 2019.05.30 15:14

그래픽_김승미

부동산 투기 대안 ‘리츠’ 주목

소액 투자로 월세처럼 안정적 수익
노후 대비 대체 투자처로도 인기
부동산 투자소득 양극화 해소
거래 투명성 확보된다는 장점도

2001년 도입 뒤 ‘사모’ 중심 머물다
정부 활성책에 ‘공모·상장’ 시장 안착

일부 리츠 상장무산 등 실패 있지만
“성장으로 가는 과도기 현상” 분석

그래픽_김승미
건설 경기 부양과 공급 확대가 주를 이뤘던 2014~2016년, 한 해 분양권 전매 거래는 36만건에 이르렀다. 새 아파트를 분양받은 뒤 웃돈을 받아 팔아넘기는 행태가 일반적이었던 시절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각종 규제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분양권 전매는 여전히 연간 18만건 수준이다. 손쉽게 시세차익을 낼 수 있는 부동산 시장에 시중의 부동자금이 여전히 많이 몰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빚 안 내고 부동산 투자한다

이런 ‘부동산 투기’의 대안으로 리츠(REITs:Real Estate Investment Trusts)가 주목받고 있다. 리츠는 다수의 투자자에게서 자금을 모아 부동산을 매입·운영해 수익을 내는 부동산투자회사다. 리츠 수익에 따라 배당금을 받는 간접투자 방식으로, 수익의 90%(자산운용전문인력 등 상근 임직원이 있는 자기관리리츠는 50%) 이상을 1년에 두 차례씩 배당하는 게 특징이다. 배당 재원이 주로 임대료에서 나오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중위험 중수익’ 투자 상품으로 분류된다.

정부는 다수의 국민이 자산 증식을 위해 부동산 매매에 몰두하는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으로 리츠가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리츠는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어 거액의 자기자금에다 대규모 대출까지 동원해야 하는 부동산 직접투자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리츠를 통한 배당은 건물주가 월세를 받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에 퇴직이 임박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노후 보장을 위한 대체 투자처로도 꼽힌다. 부동산 투자소득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으며 부동산 거래의 투명성이 확보된다는 장점도 있다.

개인투자자 모으는 공모·상장 리츠

리츠는 외환위기가 우리 경제를 한바탕 휩쓸고 간 2001년에 도입됐다. 부실해진 기업과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용이하게 처분하려는 구조조정(CR:Corporate Restructuring)리츠 형태로 첫 선을 보였다. 그러다 보니 리츠는 대기업과 기관투자자 중심의 사모 형태로 운영될 수밖에 없었다. 개미 투자자들에게 투자 기회를 제공하려면 공모와 상장이 필요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정부는 ‘다수 투자자의 부동산 수익 공유’라는 리츠의 기본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공모·상장 리츠 활성화 정책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2017년 개인종합자산 관리계좌(ISA)에 공모리츠 투자를 허용했고 리츠 상장 기준을 자본금 100억원에서 70억원으로 낮췄다. 지난해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는 공모·상장리츠의 예비심사를 면제하고 주택도시기금 여유분의 일정 비율 이상을 공모·상장리츠에 투자하기로 했다. 특정금전신탁 형태로 투자가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어 리츠를 향한 접근성도 높였다.

이런 정책적 뒷받침 속에 지난해에는 규모가 제법 되는 공모·상장리츠가 시장에 안착했다. 판교테크노밸리의 크래프톤타워 등을 보유한 신한알파리츠는 지난해 9월 상장해 1140억원 투자금 유치에 성공했다. 100만원 이하 투자자가 전체의 10%(488명), 100만~500만원 투자자가 15.7%(1250명)로 집계됐고 아이에스에이 등 간접투자 방식까지 합하면 개인 투자자는 5500명으로 추정된다. 이랜드그룹의 일산·평촌 뉴코아, 야탑 엔시 백화점 등을 보유한 이리크코크렙리츠는 상장 당시엔 좋은 성적을 내진 못했지만 지난해 연말 10.21%의 높은 배당을 실시했다. 두 회사 모두 자산규모가 6천억~7천억원대에 이르는 중대형 리츠다.

‘커피 한 잔값 부동산 투자’의 미래는?

여세를 몰아 전국 4조원 규모의 홈플러스 점포를 자산으로 하는 한국리테일홈플러스리츠가 올해 3월, 1조5700억원의 투자금 유치에 나섰지만 청약 5일 전 상장을 전격 철회했다. 홈플러스리츠가 대규모 상장에 성공하고 시장에서 매력적인 투자처로 각인될 것이라는 기대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1조원이 넘는 투자금 유치를 위해선 외국인 ‘큰 손’들의 투자도 필요했지만 시장에서 인정한 자산평가와 공모가액과의 괴리가 너무 컸다.

한국리츠협회 노상윤 연구위원은 “홈플러스리츠의 자산에는 우량 점포와 그렇지 않은 점포가 섞여있었다. 시장의 투자자들은 정보 비대칭성이 있는 과거와 달리 현명한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홈플러스리츠 상장 실패는 한국 리츠 시장이 성장으로 가는 과도기적 현상이기 때문에 앞으로 좋은 리츠가 나올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홈플러스리츠 무산 뒤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유통 공룡’ 롯데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리츠는 국토부 인가를 얻게 되면 백화점과 마트를 자산으로 삼아 오는 11월께 7000억원 규모의 공모에 나설 계획이다. 김중한 국토교통부 부동산산업과 사무관은 “그동안 기관투자자들이 독식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수익을 일반 국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상장리츠 활성화에 정책의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가 리츠를 통해 부동산에 투자하는 가장 손쉬운 방식은 상장된 리츠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다. “5천원 커피 한 잔 값으로 부동산 투자가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리츠 공모 청약에 직접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국토교통부 리츠정보시스템 누리집에서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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