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 보상금 부동산시장 자극 우려
국토부, ‘대토보상 리츠’ 적극 활용키로
LH, 연금형 포함 개선안 마련 착수
경기 고양시 창릉동에 사는 박아무개(70)씨는 수십년간 농사를 짓던 밭과 임야가 수도권 3기 새도시로 수용된다는 소식을 접한 지난 5월 이후 보상과 이주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0일 마을 농협에서 열린 ‘고양 창릉지구 주민대책위원회’ 발족식에 참가해 같은 처지에 놓인 주민들과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주민들은 보상에 앞서 창릉지구 일대에 지정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촉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박씨는 “정당한 제값 보상을 받아야만 새도시 영향으로 값이 뛰고 있는 주변 지역 땅을 조금이나마 매입할 수 있는 절박한 처지”라고 말했다.
4일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말을 종합하면, 올해 연말께부터 순차적으로 시작되는 수도권 3기 새도시 토지보상 절차를 앞두고 정부가 보상제도 전반을 손질하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는 줄잡아 2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3기 새도시 등 공공택지 토지 보상금이 주변 부동산시장에 흘러들어 불쏘시개가 되는 것을 막고 원주민의 재정착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엘에이치는 이를 위한 ‘3기 새도시 유동성 억제방안’ 연구용역에 최근 착수했다.
엘에이치는 연구용역을 통해 3기 새도시 개발에 따른 유동성이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 적정한 보상금 분산 체계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현금보상, 채권보상, 대토보상 등 기존 보상금 지급체계의 개선 방안을 도출하고 제도 개선책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또 보상금을 한꺼번에 지급하지 않고 매월 일정액의 연금으로 지급하는 ‘연금형 보상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연구과제에 포함됐다.
국토부는 현금 대신 새도시 땅을 제공하는 ‘대토보상제’ 활성화가 일차적으로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대토보상제는 지난 2007년 도입됐으나 지난해 엘에이치의 공공택지 대토보상 비율은 29%(3584억원)에 그치는 등 여전히 현금보상 비중이 큰 편이다. 이에 국토부는 대토보상을 늘리는 방안으로 ‘대토보상 리츠’를 3기 새도시부터 적극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대토보상 리츠는 토지 소유자들이 보상받은 땅을 부동산투자회사에 현물 출자 방식으로 모아주면 리츠 회사가 이를 공동주택 등으로 개발한 뒤에 토지주에게 개발 이익을 나눠주는 제도다. 자투리땅을 받는 토지주에게도 간접적으로 개발 사업 참여기회를 줘 엘에이치와 원주민이 공공택지 개발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인 셈이다.
엘에이치는 3기 새도시 중 지난해 먼저 발표된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과천을 대상으로 연내 현황조사 등 보상 절차에 착수한다. 최근 과천에서는 주민들과 보상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소통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국토부 공공택지기획과 관계자는 “3기 새도시는 보상비를 아껴 택지 조성원가를 낮추려고 했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날 것을 엘에이치에도 주문했다”며 “거래시세를 최대한 반영한 보상가를 책정하는 한편 대토를 받는 땅 위치 선정 등도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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