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31 19:57
수정 : 2019.11.01 02:03
올해 강남4구 마용성 신축 중심
과천·하남·광명·성남 등도 들썩
정부 고가 자금 출처 ‘핀셋 조사’
수도권 상승세 제동 걸릴진 미지수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 7월 이후 넉 달 연속 오름세를 보이면서 주택시장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초읽기에 들어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과 정부의 대대적인 중개업소 합동단속 등에도 집값 오름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주택 수요층의 불안감도 한층 커지는 분위기다. 다만, 최근 서울·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은 지난해 7~9월 과열기와는 양상이 크게 다르다는 점에서 종전과는 다른 접근법이 요구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집값 안정을 위해선 정부가 좀 더 면밀하게 시장 상황을 분석하고 처방하는 ‘핀셋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31일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값 동향’ 조사를 보면, 이번 주(2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0.09% 올랐다. 18주째 상승세다. 지난해 ‘9·13 주택시장 안정 대책’으로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8개월 동안 하향 안정세를 지속했던 아파트값이 7월 들어 상승전환한 뒤 넉달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서울의 아파트값 오름세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상승 폭을 들여다보면 지난해 과열기 때와 견줘선 아직은 낮은 편이다. 지난해 7~10월에는 월간 매매가격 상승률이 0.34~1.84%로 높았으나 올해 7~9월은 0.07~0.18%로 지난해의 상승 폭의 10~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로 인해 28일 현재 올해 서울 아파트값 누적 변동률은 -0.93%로, 최근 상승 폭이 올해 상반기의 하락 폭을 만회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대로 가면 올해 서울 아파트값 누적 변동률이 플러스로 돌아서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진단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지난해 7~9월에는 서울시의 용산·여의도 통합개발 구상 파장으로 용산구, 마포구, 영등포구 등에서 촉발된 아파트값 상승세가 서울 전역으로 번져나간 데 반해 올해는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지의 10억 원대 이상 고가 신축 아파트가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게 기본적으로 달라진 환경이라고 지적한다. 올해 종합부동산세율 인상과 공시가격 현실화로 다주택자 보유세는 대폭 강화된 한편으로 금리 인하와 시중 부동자금 증가, 주식시장 약세 등이 겹치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뭉칫돈’이 주택시장의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 몰린 게 최근 고가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 주택시장에서 다주택자의 추가 구입은 줄어든 대신 무주택자나 1주택자가 전세보증금을 끼고 집을 사들이는 ‘갭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현상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전문가들은 또 최근 과천, 하남, 광명, 성남시 등 수도권 조정대상 지역의 아파트값이 강세를 보이는 현상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번 주 조사에서 과천(0.46%), 하남(0.22%), 광명(0.28%), 성남(0.23%) 등지의 아파트값 상승률이 서울(0.09%)을 크게 웃돌았으며 이런 현상은 한 달 이상 지속되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 한강 변의 일부 신축 아파트값이 3.3㎡당 1억원을 돌파했지만 수도권 전체로 보면 서울보다 인접 도시 집값 상승 폭이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고가 아파트 거래자에 대한 ‘자금출처 전수조사’에 나선다면 ‘강남4구’와 ‘마·용·성’ 등지를 겨냥한 ‘핀셋 대책’이 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를 통해 서울 도심과 수도권 인접 도시의 집값 상승세까지 제동이 걸릴 지는 미지수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정부가 다음 달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첫 대상 지역을 지정할 때 최근 지역별 주택거래 상황 분석에 따른 추가적인 처방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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