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11.24 21:26 수정 : 2019.11.25 10:17

대학수학능력시험 전후로 서울에서 일부 학군이 좋은 동네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급등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부동산 앞에 붙은 31평형(전용 76㎡)과 34평형 전셋값이 각각 4억5천만원과 5억5천만원으로 표시돼 있다. 하지만 실제 매물 가격을 물어보면 5억8천만~6억8천만원까지 치솟은 상태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현장┃불안 커지는 전세시장
한달새 5천만원 껑충 목동
기존 임대차 연장 많아 공급부족
“해마다 신학기 앞 오르는 편”

2~3주새 1억 뛴 대치동
“물량 자체가 없으니
매매가와 함께 올라”

과천은 2년 전보다 2억↑
새 아파트 청약자격 얻으려
무주택자들 대거 몰려와

대학수학능력시험 전후로 서울에서 일부 학군이 좋은 동네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급등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부동산 앞에 붙은 31평형(전용 76㎡)과 34평형 전셋값이 각각 4억5천만원과 5억5천만원으로 표시돼 있다. 하지만 실제 매물 가격을 물어보면 5억8천만~6억8천만원까지 치솟은 상태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원래는 수능 시험이 끝나면 전세가 나오는데 올해는 씨가 말랐네요.”

지난 22일 찾은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의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 ㄱ중개사는 “애들 대학 보내면 목동 생활 끝내고 밖으로 나가려는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데…. 올해는 수능 성적까지 나오는 거 보고 전세를 내놓으려나”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날 돌아본 목동의 부동산 중개사무소 4곳 모두 전세 물량이 없거나 하나씩만 확보해놓고 있을 정도로 품귀 상태였다. 전용면적 64㎡(27평형)는 4억5천만~5억2천만원, 35평형은 7억5천만~8억원, 45평형은 8억5천만원이 전세 시세다. 이달 들어 모두 5천만원씩 뛰었다.

최근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심상치 않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11월부터 내림세를 이어가다 7월부터 소폭 오름세로 돌아선 데 이어 이달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전후로 오름폭이 커지고 있다. 특히 강남구 대치동, 양천구 목동 등 이른바 ‘학군’이 양호한 지역은 매물 품귀 현상까지 빚어져 2~3주 새 전셋값이 5천만~1억원씩 뛰는 등 급등 장세가 연출되고 있다. 게다가 강남권 접근성이 높은 경기도 과천시는 새 아파트 청약 시장을 겨냥해 ‘1년 이상 거주’ 요건을 채우려는 전세 수요자들이 몰려들면서 ‘전세 전쟁’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서울과 인근 핵심 지역의 전세시장에 이상기류가 흐르면서, 향후 전체 주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눈길이 모인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양천구 목동에서 만난 중개사들은 최근 수요가 몰리고 공급은 달리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 이유에 대해선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ㄴ중개사는 “정부가 대출도 막고 그러니까 기존의 임대차 계약이 그냥 연장되는 경우가 많아 공급이 부족해졌다. 또 정부가 대학 입시에서 정시 비중을 늘린다고 하니 학군이 좋은 목동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을 것이다”라고 짚었다. ㄷ중개사는 “자율형사립고·특수목적고를 폐지한다고 하니 학군이 좋은 목동으로 오려는 수요가 많아졌을 수 있다. 며칠 전에도 6살 아이를 둔 엄마가 ‘목동에서 영유(영어유치원)부터 보내겠다’고 전세를 구하러 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영향에 대해 아직 판단을 유보하는 이들도 있다. ㄱ중개사는 “목동 전셋값은 해마다 신학기를 앞두고 오르고 비수기엔 빠지는 편이어서, 아직 정시 확대 영향을 단언하기 어렵다. 이번 오름폭이 아주 유별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30년 된 노후한 주거지로,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인 이 지역에선 전세가격이 가장 저렴한 아파트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품귀 현상은 마찬가지다. 이날 오후 5시쯤 은마아파트 사거리는 검은색 패딩 행렬로 가득 찼다. 학교 수업을 마친 중고생들이었다. 학원 교재로 가득 찬 것으로 보이는 알록달록한 색깔의 ‘바퀴가방’을 끌고 바삐 학원으로 향하는 초등학생들도 많았다. 이들을 지나치며 한 중개사무소를 찾아가니 “전용 84㎡(34평형) 6억5천만원짜리 전세가 하나 있었는데 오늘 계약됐다”며 “애들 교육 때문에 전세를 찾는다며 오늘 다녀간 사람이 손님까지 3명”이라고 했다. 이 중개사는 “아파트만 집이 아니다”라며 학원 건물 꼭대기인 5층에 위치한 22평짜리 주택을 추천했다. 이 매물의 전세가는 5억3천만원이었다.

또 다른 중개사무소에선 31평형(전용 76㎡) 5억8천만원, 34평형 6억8천만원 전세를 소개했다. 2~3주 새 1억원이 오른 가격이다. 중개사는 “정시 확대 영향도 있을 것이고 물량 자체가 없으니 매매가와 함께 전세가도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은마아파트는 올해 내부 도색을 했고 내년에는 배관 공사를 한다. 전셋값이 떨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서울·수도권을 통틀어 전셋값이 가장 가파르게 뛰고 있는 과천은 중개업소마다 전세 수요자들로 문전성시인 상황이다. 과천 별양동의 한 중개사는 “내년 2월 이후에 입주 가능한 집까지 시장에 나오고 있지만 당장 매물을 보겠다는 수요자들이 넘친다. 몇달 새 전세금이 1억원가량 올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별양동의 ‘래미안슈르’ 전용 59㎡는 현재 7억8천만원으로 전세가 나왔는데, 이는 2년 전보다 무려 2억원 가까이 오른 가격이다. 이에 뛰어오른 전세금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은 인근 의왕·군포 등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과천 전셋값 급등은 새 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한 무주택 세입자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택지 개발이 몰린 과천에서는 과천지식정보타운, 과천지구 등에서 새 아파트 공급이 줄줄이 이어질 예정인데, 1년 이상 과천에 거주해야 청약 자격이 주어진다.

부동산 업계에선 해마다 수능 직후 초겨울에는 전세 거래가 활기를 띠고는 했지만 최근 일부 지역의 전셋값 급등세는 정부의 자사고·특목고 폐지와 대학입시 정시 확대 방침의 영향도 받고 있는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대치동·목동 등지에서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층이 노원구 중계동 등 학원가가 밀집한 ‘2차 선호지역’으로 이동하며 전세시장 불안이 추가로 번져나갈 가능성도 있다. 이런 전셋값 연쇄 상승은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불안으로 이어진다. 또 전세 수요층 일부가 매매로 전환할 경우 안 그래도 불안정한 서울의 주택 매매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김태규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