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수도권 6만가구…강남권 입주물량 풍부
‘집값은 떨어져도, 전셋값은 오를거라던데…’ 정부의 집값잡기 정책이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부동산 시장은 하루하루 집값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내집마련이 어려워 좀 더 전세를 살아야 하는 이들 역시 ‘불똥’이 전셋값으로 튀지 않을까 조바심을 내기는 마찬가지다. 국토연구원은 올해 초 ‘8.31부동산종합대책’의 영향으로 전국 1%, 서울지역 아파트는 2% 가량 값이 떨어지는 반면, 전세값은 경기회복과 임대수요 증가에 힘입어 전국 2%, 서울지역은 4%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시장이나 민간 연구소 역시 비슷한 예측을 내놓고 있다. 아직 시장에서 전셋값은 큰 움직임이 없다. 지난해 11~12월 서울 강남과 목동 등 수요가 많은 학군을 중심으로 소폭 상승이 있었지만, 비수기인 요즘엔 이렇다할 변화 없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봄 이사철이 시작되고, 전세계약 갱신 기간이 다가오면 전셋값 불안이 재연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을 보충하려는 집주인들의 가격 올리기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세 입주자들은 본격적인 이사철이 다가오기 전에 지금부터 미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 다행히 올해 상반기에는 수도권에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 물량이 풍부한 편이다. 지난해(6만4507가구)와 비슷한 수준으로 △서울 86개 단지 2만1228가구 △경기도 96개 단지 4만가구 △인천 9개 단지 2995가구 등 모두 6만4229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는 한꺼번에 전세 물량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비교적 싼값에 좋은 입지를 고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 새 아파트 주인이 잔금을 치를 여유가 없어 전셋값을 낮추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주택담보인정비율 축소 여파로, 잔금을 치르지 못한 빈 새아파트도 많다. 지금부터 열심히 발품을 팔아야 하는 이유다. 서울은 강남에 공급 많아= 서울은 지난해 같은 기간 87개 단지 2만6685가구보다 물량이 다소 줄었지만 강남권 입주물량이 크게 늘어난 게 특징이다. 과거 전셋값 불안의 출발지가 강남 지역이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전셋값 불안 요인이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강남구의 새 입주 아파트는 7개 단지 4245가구이고, 서초구에도 14개 단지에 2755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이밖에 성북구에는 8개 단지 2898가구, 서대문구에는 5개 단지 1551가구 순으로 집계됐다. 입주 물량(3002가구)이 가장 많은 도곡렉슬 인근 ㄱ공인 관계자는 “전체 가구수의 40% 정도가 전세로 나와 있어 아직까지는 전세를 얻으려는 사람들의 선택권이 우선시 되는 분위기”라면서도 “다음달 입주가 시작되고 새학기가 시작되면 웬만한 전세 매물을 다 소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기·인천 택지지구 입주= 상반기에 96개 단지 4만여가구가 입주하는 경기도는 지난해보다 입주 물량이 크게 늘었다. 2003년 공급된 용인 동백지구와 파주 교하지구 입주가 겹쳤기 때문이다. 동백지구 19개 단지 8586가구를 비롯해 전체 28개 단지 1만2903가구가 입주하는 용인시의 입주물량이 가장 많고, 파주시에도 8개 단지 4071가구, 남양주시 7개 단지 2391가구, 양주시 5개 단지 2302가구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인천에서는 대부분 500가구 미만 소규모 단지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송도새도시 3개 단지 1395가구가 가장 큰 규모다. 용인동백지구나 파주 교하지구는 당장 교통이 불편한 게 흠이다. 2009년 개통 예정인 용인경전철 등 장기적인 교통개선 대책은 전세 세입자에겐 해당이 없는 사항이다. 하지만 쾌적한 주변 환경에 비해 비교적 싼 값에 매력을 느낀다면 한 번 두드려볼 만하다. 동백지구 인근 ㅂ공인 관계자는 “새 입주 물량이 워낙 많아 30평형대 기준으로 전셋값이 현재보다 2천만원 이상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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