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투기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세종시도 정부의 전수 조사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세종국가산업단지 예정 부지로 알려진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 일대에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조립식 주택의 모습. 연합뉴스
국토교통부 공무원과 엘에이치 직원 1만4천여명의 수도권 8개 택지 토지 소유 및 거래 내역에 대한 정부 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 결과가 11일 발표된다. 애초 정부가 정한 조사 지역과 대상을 넘어서는 투기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어, 1차 조사 발표 이후 조사 범위 확대가 불가피해 보인다.
1차 조사를 통해 드러나는 것은 국토부 공무원 4500여명과 엘에이치 직원 9800여명 가운데 신규 택지 8곳(3기 신도시 6곳, 과천, 안산 장상)에 토지를 소유하거나 거래한 내역이 있는 이들의 명단이다. 사실상 수사의 기초 자료로, 이 명단을 바탕으로 토지 거래 경위나 투기성, 불법 여부 등에 대한 판단은 국가수사본부가 주도하는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가 ‘수사’를 통해 판단한다. 1차 조사 결과 발표 이후에는 이들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엘에이치와 같은 주택 관련 공기업 8곳, 경기도 등 지자체 10곳의 공직자와 이들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들에 대한 조사 및 수사가 이뤄진다.
문제는 애초 정부의 조사가 면적 100만㎡ 이상 택지 8곳에 한정돼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가리지 않고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는 투기 의혹을 규명하기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국가수사본부가 10일 전국적인 투기 의혹을 들여다보겠다고 한 만큼 정부 합동조사단의 공직자 토지 소유 현황 조사 범위도 넓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엘에이치 직원들이 1000㎡ 이상 소유한 외지인 토지주들에게 현금 보상과 별도로 토지 분양권을 주고 이를 전매할 수 있는 특혜를 주는 ‘공공주택지구’의 보상을 노렸다는 의혹이 제기된다는 점에서, 공공주택지구 전반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지정된 공공주택지구만 56곳에 이른다.
현재 ‘담당부서’ 공무원만 조사하는 지자체 조사 대상도 기초의원이나 전체 공무원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 여당 소속의 시흥시의원은 딸이 광명·시흥 토지를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 탈당했다. 하남시의원의 어머니가 하남시에 산 땅이 교산 새도시 부지에 포함돼 보상을 받은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10일 광명시가 밝힌, 광명시 도시개발사업지구 내 토지를 취득한 공무원 6명 가운데도 개발사업을 담당한 부서의 공무원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차명 투기가 공공연한 상황에서 공직자 본인이나 배우자, 직계가족만을 조사하는 방식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연대 등에 의해 엘에이치 직원 소유 토지로 추정된 10필지 가운데 나중에 직원 소유가 아닌 것으로 확인된 1필지의 경우, 이곳의 소유자로 이름을 올린 ㄱ씨는 과림동의 또 다른 토지를 엘에이치 직원과 공동소유하고 있다. ㄱ씨가 엘에이치 직원들의 가족이 아닌 ‘지인’인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10일 “무엇보다 차명거래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명단 조사에 근거한 정부의 수사 의뢰에 한정하지 말고, 수사 대상 지역의 토지 거래 현황 일체에 대해서 쥐 잡듯이 전면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