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흥 새도시 일대.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정부가 개발 지역 토지 보상을 할 때 토지 보유 기간에 따라 보상 수준을 차등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엘에이치) 직원들처럼 개발에 임박해 토지를 매입한 ‘투기성’ 단기 토지 보유자들의 간접보상 수준을 크게 낮추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23일 정부 관계자는 “보유 기간에 따라 토지 보상을 차등화하는 원칙적 방향을 정하고 부처 간 이견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부처 간 이견이 조율되는 대로 이르면 이번 주 내로 투기근절대책을 먼저 발표하고, 엘에이치 개혁안은 추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보상 차등화와 관련해서는 직접보상(현금 보상) 보다 간접보상(택지분양권 부여) 수준을 조정하는 방안이 우선 검토되고 있다. 특히 1000㎡ 이상 토지를 보유한 외지인들에게 현금 보상과 함께 주어지는 택지 분양권인 ‘협의양도인택지’(협택) 보상 조건에 보유 기간을 신설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는 개발 계획 공개 시점(주민 공람공고일) 이전에만 토지를 보유하면 장기 보유자들과 똑같이 분양권을 인정받았다. 지난 2월24일 3기 신도시로 발표된 광명·시흥의 경우 2월23일에 토지를 매입해도 토지주 보상 혜택을 누릴 수 있어, 미공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할 수 있는 공직자들이 사전 투기에 나선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협택은 새도시에 조성되는 단독주택용지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받을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데, 1회에 한해 전매가 가능해 ‘딱지’로 거래되며 수억원 대 프리미엄이 형성된다.
‘과세 차등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개발 지역 토지에서 차익이 발생할 수 있으니 과세를 통해 차익을 줄이되 과세 시점이나 과세 대상이 되는 지역 범위 등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밖에 이번 엘에이치 직원처럼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매입하면서 농지취득자격증명이나 영농계획서 등을 허위로 발급받는 농지법 악용 사례를 막을 수 있는 대책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땅 투기에 나선 공직자에 대해 최고 무기징역형이나 그 이익의 3~5배에 달하는 벌금을 물리고, 취득한 재산을 몰수 또는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지난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의결한 이번 개정안은 강화된 벌칙 조항을 소급적용하지는 않기로 해, 이번 엘에이치 직원 등은 토지 몰수 등 개정안 적용을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진명선 이정훈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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