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이 ‘이에스지(ESG)’ 미흡을 이유로 납품 대기업과 국외 거래업체로부터 거래정지 위협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기업의 이에스지 경영을 평가하는 ‘케이-이에스지(K-ESG) 지표’를 만들 때 적정 납품단가 지급과 중소기업 기술보호 노력 등 협력사 공정거래 운영 노력 항목을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스지란 기업 경영이나 투자 결정 시 환경(E)·사회적 책임(S)·지배구조(G) 등 비재무적 요소를 적극 고려하는 흐름을 말한다.
4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8월30일~9월17일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중소기업 이에스지 애로’ 결과를 보면, 이에스지 경영 도입이 필요하지만 아직 준비가 거의 안돼 있다는 중소기업이 많았다. 응답 기업 가운데 53.3%가 ‘이에스지 경영 도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89.4%는 ‘(거의+전혀) 준비돼 있지 않아 어렵다’고 밝혔다. ‘상당부분 준비돼 있어 어렵지 않다’는 응답은 2.7%에 그쳤다.
응답 중소기업 가운데 12%는 협력 대기업(77.8%)과 국외 거래업체(22.2%)로부터 ‘이에스지 경영 평가를 요구받은 적 있다’고 밝혔고, 이 가운데 44.4%는 ‘충족하기 어려웠다’고 응답했다. 이에스지 경영 평가 결과가 미흡할 시 처분에 대해서는 ‘개선 요구 후 미개선 시 거래정지’ 응답이 47.2%로 가장 많았다. 5.6%는 ‘거래중지’라고 밝혔다. 협력 대기업이 이에스지 경영을 도와주느냐는 질문에는 52.8%가 ‘전혀 없다’, 30.6%는 ‘약간의 지원은 하고 있으나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응답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대기업 이에스지 평가지표’(K-ESG)와 관련해서는 52.8%가 ‘협력사와의 공정거래 운영 노력’이 강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표에 꼭 담겨야 할 내용으로는 ‘원자재 가격상승에 따른 납품단가 반영 노력’(60.0%·중복응답), ‘적정 납품단가 지급 및 조정’(55.0%), ‘공정계약 체결여부’(41.0%), ‘중소기업 기술보호 노력’(20.3%) 등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과 수출 중소기업들은 이미 거래업체로부터 이에스지 경영을 요구받고 있고, 평가 결과가 거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중소기업이 이에스지 경영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케이-이에스지 지표에 대·중소기업 공정거래 지표를 세분화·확대하고, 대기업은 저탄소 경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협력사에 대한 일방적 평가가 아닌 이에스지 도입 및 탄소중립 추진을 위한 설비구축 등 상생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재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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