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어묵·단무지 등 49개 품목 올해 만료
중기중앙회·소상공인연합회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 촉구
중기중앙회·소상공인연합회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 촉구
동반성장위원회의 권고에 의해 대기업 진출이 금지·제한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종료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관련 업계가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소상공인연합회는 2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현행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법적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낮은 만큼, 영세 소상공인들끼리만 경쟁하도록 하는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적합업종 제도는 2006년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 폐지 뒤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대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피해가 커지자 2011년 도입됐다. 법으로 규제하는 대신 민간 자율 합의 형태로 하고, 적합업종 지정 기간을 첫 3년에 추가로 3년을 연장해 ‘3+3년’으로 운영해왔다.
현재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총 74개(제조업 56개, 서비스업 18개) 품목 가운데 올해 49개의 지정이 끝난다. 이달 금형 2개, 9월 전통떡·순대·골판지 상자 등 7개, 11월 두부·어묵·유리 등 14개, 12월 단무지·도시락·플라스틱병 등 26개의 품목 지정이 풀린다. 대부분이 영세 소상공인들의 사업 영역이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고유업종 제도 폐지 이후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새로 생겨난 대기업 계열사 477개 가운데 387개(81.1%)가 생계형 소상공인의 사업 분야에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당시 소상공인들은 점유율 하락과 경영 악화를 견디지 못해 잇따라 문을 닫았는데, 이번에도 후속 조처가 빨리 마련되지 않으면 줄도산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적합업종 기한이 만료되는 해당 식품업계는 ‘공멸’의 위기를 느끼고 있다. 한 순대 제조업체 대표는 “적합업종 품목으로 지정된 뒤 대기업인 ‘아워홈’이 시장에서 철수해 중소기업들이 그럭저럭 사업을 해왔지만, 지금도 일부 대기업이 자사 유통망을 이용해 주문자상표부착 방식의 제조를 회유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적합업종 지정이 9월에 끝나면 대기업이 진출하는 건 시간 문제로, 전체 순대업계가 위기를 느끼고 있다”고 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를 주장하고 있다. 동네 빵집·음식점·문구점 등 생계형 업종은 법에 따른 최소한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해놓은 상태다. 중소기업청은 외부 기관에 맡긴 ‘현행 적합업종 제도의 실효성과 개선 과제’ 용역 결과가 4월 중 나오면 공청회를 열어 후속 조처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윤영미 선임기자 youngm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