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연합회가 3일 경기 용인시에서 연 ‘소통 투어’에서 참석 상인들이 소상공인이 중심이 돼 대한민국을 새롭게 바꾸자는 내용의 `소상공인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 소상공인연합회 제공
“돈을 벌려고 광고하는 게 아니라 죽지 않으려고 광고해요.” 지난 3일 소상공인연합회가 경기 의왕시 부곡도깨비시장 근처에서 연 ‘소상공인 활력 제고 캠페인’에서 꽃집을 하는 김영란(51)씨는 “꽃배달 외에도 맛집, 기념품 등 웹 검색이 영업과 직결되는 영세자영업자 대부분이 네이버에 울며 겨자 먹기로 치솟는 광고비를 지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경기 용인시 보정동 카페거리에서 열린 소상공인연합회 캠페인 행사에 참석한 최병호(42)씨도 “네이버 광고비 부담이 크지만 광고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경기 성남시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그는 “네이버가 신종 광고 기법을 끊임없이 도입해 광고비 지출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현실에서, 아내와 함께 중개업을 해서 버는 월 300만원 가운데 70만원이 광고비로 나가 갈수록 생활이 쪼들린다”고 했다.
포털에 키워드 검색광고를 하지 않으면 영업에 지장이 큰 현실에서 과중한 광고비 부담과 골목상권 침해에 맞서기 위해 소상공인단체들이 ‘인터넷 포털 규제법(가칭)’ 제정에 발 벗고 나섰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용인과 의왕에서 열린 행사에서 “네이버·다음 등 포털기업들이 온라인 상권뿐 아니라 오투오(O2O·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로 소상공인들의 오프라인 상권까지 잠식하고 있는 현실에 여야 정치권과 함께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에서 관련 법률안 마련을 위한 기초자료 요청을 해와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에는 이·미용실, 빵집, 꽃집, 음식점, 부동산중개소 등 71개 업종·직능별 협회와 단체가 가입해 있다.
인터넷 마케팅 전문업체 코리안클릭의 집계를 보면,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은 지난해 6월 기준 74.4%까지 올라왔다. ‘다음’은 15.3%의 점유율을 보였다. 지난해 광고 매출은 네이버가 2조9670억원, 카카오가 5340억원이다. 한국부동산사업협동조합 권순종 이사는 “네이버의 지난해 3분기 국내 광고 매출 가운데 검색광고 비중은 약 78%로, 이 검색 광고주의 80%는 월 50만원 이하 광고비를 부담하는 소상공인들”이라고 주장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인터넷 포털 규제 법률안’에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공공 쿼터제 도입과 분쟁조정위원회 설치 등을 담아 포털업체의 공익적 의무를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포털 페이지의 일부가 공익적으로 사용되도록 제공돼야 하며, 이 공공 쿼터제 운영을 위해 소상공인 업종별 단체와 포털업체, 정부로 이뤄진 협의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당 광고비와 불공정 거래에 관한 분쟁을 조정할 위원회 설치도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 남용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윤영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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