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공동작업공간 ‘윌로비’ 정재석 대표
정재석(28)씨는 지난해 5월 ‘윌로비’란 이름의 공동작업 공간을 열었다. 고급주택이 즐비한 서울 한남동의 한 단독주택을 통으로 빌려 개조했다. 지난 20일 윌로비에 가보니 4~5명의 젊은이가 저마다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같은 책상에서 일하며 편하게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지하는 화가들의 창작 스튜디오로 쓰인다. 남산을 배경으로 탁 트인 전망이 일품인 옥상에선 수시로 파티가 열린다. 월 10만원씩 내는 이용자가 50~55명이란다. 파티 등 행사와 대관 수익까지 더하면, 월세와 관리 비용을 너끈히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정씨는 지난해 12월엔 프리랜서 권익 보호를 목표로 ‘프리랜서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란 비영리 단체도 만들었다.
미국 뉴욕의 한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으나 지금 영화 일을 하지는 않는다. “영화 제작보다는 능력 있는 사람들을 찾아 서로 연결시켜 좋은 결과물이 나오게 하는 영화 만들기 과정에 더 매력을 느꼈죠.” 대학 2학년 1학기 때부터 직접 파티를 주최했다. 사람을 찾아 연결시킨다는 점에서 파티 기획은 영화 제작과 많이 닮았다. 휴학한 뒤 뉴욕에서 ‘능력 있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 일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모바일 앱 기반의 사업’을 하려고 했으나 이루진 못했다. “아버지가 아프셨어요. 브루클린에 여럿이 함께 일할 공간까지 다 만들었는데 포기하고 재작년 초 귀국했죠.”
서울에 윌로비를 연 것은 한국의 프리랜서들을 좀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능력이 있는 프리랜서들을 연결시켜 그들이 일까지 주고받도록 하는 사업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한 배움의 공간이 바로 윌로비이다. “한국에도 공유사무실이 많아요. 하지만 대개 회사들을 위한 공간이죠. 부동산 임대 사업과 비슷해요. 윌로비는 다른 처지의 여러 프리랜서들이 만나 공유하는 공간이죠.”
그는 윌로비가 예상보다 빨리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지난 1년 동안 공간이 매우 바빴어요. 파티와 이벤트, 포럼까지 한달에 2~3차례 행사를 했어요. 인지도가 올라갔죠.” 덕분에 다음 단계 사업 실행이 좀더 빨라질 것 같다고 했다. “공동책상이나 공동스튜디오 등 다양한 기능을 특화시킨 작은 공간을 여러 지역에 낼 생각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영업 비밀입니다.”
뉴욕 유학 때부터 ‘사람 연결업’ 구상
지난해 한남동 단독주택 임대해 개조
50여명 이용료 내고 공동 작업·행사 ‘서울에서 프리랜서로 살아가기’ 토론
박원순 서울시장 참석…권익정책 제안
지난연말 ‘프리랜서 네트워크’도 결성 윌로비 이용자들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중·후반의 프리랜서들이다. “디자이너, 개발자, 마케팅 전문가, 저술가도 계시고 화가도 5명입니다. 3분의 1 정도는 서로 인사하고 때론 일도 주고받아요. 화가 3명은 지하 스튜디오에서 함께 작업해 전시회도 열었죠.” ‘빌드’라고 이름 지은 프리랜서들의 협업 캠프도 4차례나 했다. “개발자와 디자이너 10명을 모아 윌로비에서 1박2일 캠프를 해요. 참가비는 3만~4만원 정도입니다. 캠프에서 한 팀이 되어 프로젝트를 수행합니다. 빌드에서 개발된 아이템에 대해 제가 사업모델 컨설팅을 해주기도 합니다. 캠프 참가자가 윌로비 이용자가 되기도 하죠.” 그 역시 프리랜서이다. 현재 온라인 음악방송사와 문화 전문잡지에 각각 경영 컨설팅을 하고 있다. 이 일도 ‘윌로비 이벤트’로 알게 된 이들 덕분에 맡게 되었단다. 지난해 8월엔 ‘서울에서 프리랜서로 살아가기’란 이름의 포럼을 열었다. “80여명의 프리랜서가 모였어요. 박원순 서울시장도 2시간30분 동안 자리를 지켰죠.” 왜 포럼을? “프리랜서가 전세계의 노동 트렌드가 되고 있는데 우리는 통계도 없고 관련 단체도 없어요. 일 중개 회사만 있죠. 미국만 해도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독립 노동자가 크게 늘어 전체 노동자의 35~40%에 이른다고 해요. 일본도 1200만명이나 됩니다.” 두 달 뒤엔 세무사와 변호사를 불러 세금 처리와 보험 가입, 투자 유치 등의 정보를 프리랜서들과 나눴다.
두 차례 포럼은 네트워크 결성으로 이어졌다. 서울시에 프리랜서 권익 보호를 위한 조례 제정도 제안했다. “뉴욕시가 지난해 5월 800달러 이상 계약 땐 서면계약을 의무화하고 계약 미이행 고용주는 법적 처벌을 할 수 있게 한 프리랜서 보호조례를 만들었어요. 제 요청에 서울시가 화답해 프리랜서 실태 조사를 했고 이를 토대로 지난 11일 ‘서울에서 프리랜서로 살아가기’ 정책토론회를 열었어요.”
네트워크 운영진은 4명이다. “따로 회원이 있지는 않고요. 500여명의 프리랜서들과 메일로 소통하고 있어요.” 활동 계획을 묻자 먼저 ‘프리랜서에 대한 인식 개선’ 얘기를 꺼냈다. “다른 노동 형태와 동일하게 일을 하고 있는데도 프리랜서라고 하면 심각한 직업이 아닌 것처럼 생각하죠.” 그는 서면 계약서 작성 의무화와 프리랜서를 위한 세금체계 마련에도 힘을 보탤 계획이다. “뉴욕시는 프리랜서 임금 체불에 몇만달러의 벌금을 매길 수 있어요. 일본도 비슷한 제도를 만들고 있죠.”
그는 초등 5학년 때부터 고1까지 방학이면 주로 외국에 머물렀단다. 캐나다, 뉴질랜드, 인도, 스위스, 중국 등 체류국도 다양하다. “젊어서 공부만 했던 부모님께서 어린 자식에게 외국의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어하셨어요.” 덧붙였다. “뉴욕 체류 첫해 대학에서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무엇을 위해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수많은 친구들을 만났어요. 저도 자연스럽게 제가 하고 싶은 일의 탐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죠.” 글·사진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지난해 12월 ‘프리랜서 네트워크’를 만든 뒤 프리랜서 권익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정재석 윌로비 대표.
윌로비 내부 모습. 정재석 대표 제공
윌로비 지하 스튜디오 모습. 정재석 대표 제공
윌로비 내부 모습. 정재석 대표 제공
지난해 한남동 단독주택 임대해 개조
50여명 이용료 내고 공동 작업·행사 ‘서울에서 프리랜서로 살아가기’ 토론
박원순 서울시장 참석…권익정책 제안
지난연말 ‘프리랜서 네트워크’도 결성 윌로비 이용자들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중·후반의 프리랜서들이다. “디자이너, 개발자, 마케팅 전문가, 저술가도 계시고 화가도 5명입니다. 3분의 1 정도는 서로 인사하고 때론 일도 주고받아요. 화가 3명은 지하 스튜디오에서 함께 작업해 전시회도 열었죠.” ‘빌드’라고 이름 지은 프리랜서들의 협업 캠프도 4차례나 했다. “개발자와 디자이너 10명을 모아 윌로비에서 1박2일 캠프를 해요. 참가비는 3만~4만원 정도입니다. 캠프에서 한 팀이 되어 프로젝트를 수행합니다. 빌드에서 개발된 아이템에 대해 제가 사업모델 컨설팅을 해주기도 합니다. 캠프 참가자가 윌로비 이용자가 되기도 하죠.” 그 역시 프리랜서이다. 현재 온라인 음악방송사와 문화 전문잡지에 각각 경영 컨설팅을 하고 있다. 이 일도 ‘윌로비 이벤트’로 알게 된 이들 덕분에 맡게 되었단다. 지난해 8월엔 ‘서울에서 프리랜서로 살아가기’란 이름의 포럼을 열었다. “80여명의 프리랜서가 모였어요. 박원순 서울시장도 2시간30분 동안 자리를 지켰죠.” 왜 포럼을? “프리랜서가 전세계의 노동 트렌드가 되고 있는데 우리는 통계도 없고 관련 단체도 없어요. 일 중개 회사만 있죠. 미국만 해도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독립 노동자가 크게 늘어 전체 노동자의 35~40%에 이른다고 해요. 일본도 1200만명이나 됩니다.” 두 달 뒤엔 세무사와 변호사를 불러 세금 처리와 보험 가입, 투자 유치 등의 정보를 프리랜서들과 나눴다.
윌로비에선 이벤트도 자주 열린다. 정재석 대표 제공
윌로비 옥상에서 바라본 전망. 남산과 리움미술관을 볼 수 있다. 정재석 대표 제공
연재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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