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조장비를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영향으로 중국 수출이 막혀있다. 중국 현지 공장이 멈춰 있는 터라 이달 말 이 회사가 중국에 보내기로 한 장비 납품 일정도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 대표는 자금 운용부터 부담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1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중국 공장의 완전 정상화 시점을 대략 3개월 후로 보고 있다”며 “장비를 선적해야 대금을 받는데 대금을 못 받고 있으니 당장 자금 압박이 크다”고 말했다. 이 회사와 거래하는 중국 반도체 공장은 이날 출근한 직원들이 20%에 그친다고 한다. 춘제 연휴를 마친 직원들이 2주간 자가 격리 중이고 설비를 담당하는 일본·미국 엔지니어들이 빠졌기 때문이란다.
포장기계를 생산하는 다른 중소기업 대표도 <한겨레>에 “일부 제품은 아예 생산을 못 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중국과 한국에 모두 공장을 갖고 있는 이 기업은 평소 중국 공장을 가동해 중국 내에서 직접 판매하거나 부품 일부를 한국으로 가져왔다. 그런데 중국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게 되자 중국에만 금형이 있는 기계는 생산을 못 하는 실정이다. 이 회사 대표는 “한 달에 컨테이너 하나 분량의 생산품을 한국에 가져오던 것을 못 가져오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25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관련 중소기업 피해현황 및 의견조사’를 보면, 관련 중소기업의 34.4%는 이번 사태로 ‘직접 타격’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 이전과 비교해 체감경기가 악화됐다고 응답한 기업은 43.2%에 이르렀다. 조사 대상에는 중국 수출입업체, 중국 현지법인 설립업체, 국내 소상공인 서비스업체 등이 포함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제조업은 10곳 중 3곳(31%) 꼴, 서비스업은 이보다 많은 10곳 중 4곳(37.9%) 꼴로 신종 코로나로 피해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체감경기가 악화됐다는 응답은 제조업(30.2%) 보다 서비스업(56.5%)이 더 많았다. 제조업 피해 유형으로는 ‘원자재수급 차질’이 가장 많았다. 10곳 중 6곳(56.4%)이나 됐다. ‘부품수급 차질’(43.6%)이나 ‘계약물량 취소’(23.1%), ‘수출전시회 축소로 인한 수주기회 축소’(20.5%)도 비중이 컸다. 서비스업은 76.6%의 기업이 내방객 감소로 인한 매출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고 답했다.
신종 코로나에 대한 정부 대응책으로 관련 중소기업들은 국민 불안감 해소를 위한 신속한 대책마련(61.2%)이 가장 중요하다고 꼽았다. 또 피해기업에 대한 관세 등 납세 유예 등 경영활동 지원(50.0%), 내수활성화를 위한 정부재정 조기집행(34.8%), 피해기업에 대한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원(34.0%) 등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문겸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장은 “중국에 우리가 너무 많은 걸 의존하고 있는 게 문제”라며 “특히 소재·부품·장비의 경우 전적으로 기대지 않고 국내 것을 더 많이 편입시키는 새로운 공급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정부가 최근 각 기업에 공장 재가동을 주문한 터라 국내 기업들의 생산 차질도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자료를 내어, 5일까지 모두 가동이 중지됐던 중국 내 와이어링 하네스 공장 중 27곳이 9일부터 제한적으로 생산을 개시했으며 방역 조건이 완비된 생산시설에 가동을 추가로 승인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의 일정 기간 휴업 사태를 불러온 부품 조달 문제가 다소 누그러질 수 있다는 뜻이다.
김윤주 김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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