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기술주들이 외국인의 ‘팔자’ 공세로 주가가 맥을 못추고 있다. 1분기 말을 앞두고 시장의 관심이 빠르게 기업 실적으로 옮겨감에 따라 대형 기술주들의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 수 있다는 우려가 기술주 매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 외국인, 기술주 판다=삼성전자는 9일 장중 한때 50만원선이 깨지며 49만원대 초반으로 떨어졌다가 전날보다 0.4% 내린 50만원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삼성에스디아이는 3%나 급락한 11만3천원으로 장을 마쳤고, 엘지전자는 1.53% 내린 7만900원으로 마감하면서 7만원대 버티기가 위태로워졌다. 하이닉스도 1.11%가 빠졌고, 엘지필립스엘시디는 두달 만에 4만원선이 붕괴됐다가 장 막판에 조금 올라 4만500원으로 마쳤다. 대형 기술주들의 약세는 외국인들이 이들 주식을 연일 내다팔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지난 3일부터 이날까지 5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벌이면서 4349억원 어치를 내다팔았다. 이 가운데 전기전자업종에 매도세가 집중되며 모두 4326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종목별로 보면 외국인 순매도가 시작된 지난 3일부터 8일까지 삼성전자를 1459억원 어치를 팔아 최대 순매도를 보였고, 엘지전자(1063억원), 하이닉스(462억원), 엘지필립스엘시디(422억원) 등을 대거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선 지난 3일은 디디아르(DDR)1 디램 가격이 2달러대로 떨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로 다음날이다. 그동안 정보기술(IT) 부문에서 액정표시장치(LCD)와 휴대전화의 부진을 디램 쪽이 만회해왔다는 점에서, 디램 가격의 급락과 올들어 심화된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는 대형 기술주 전반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 것이다. 구희진 엘지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주가 상승으로 기술주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는 높아졌는데, 1분기 실적은 기대에 못미칠 것으로 보여 현실과 기대 간에 괴리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디램 가격하락등 여파 시장기대 밑돌듯
외국인 ‘팔자’…삼성전자 50만원 턱걸이
1분기발표 코앞서 매수시점 의경 엇갈려
■ 1분기 실적에 주목=그렇다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 기술주들의 1분기 실적은 과연 시장의 우려와 같이 부진할까? 금융정보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가 9일 증권사들이 내놓은 기업들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집계한 자료를 보면, 1분기 영업이익은 삼성전자가 2조2828억원, 엘지전자가 3560억원, 엘지필립스엘시디가 565억원 적자, 하이닉스가 3410억원, 삼성에스디아이가 797억원 등으로 하이닉스를 제외하고는 전 분기 대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는 디램값 하락과 환율하락 등이 부정적이지만 플래시메모리와 휴대전화 부문의 수익성이 개선돼 영업이익 2조2천억~2조4천억원 달성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엘지전자는 휴대전화 판매가 부진하고 환율 하락으로 매출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에스디아이도 모바일과 브라운관 부문의 부진으로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86%나 감소한 233억원에 그칠 것이란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하이닉스 역시 디램값 15% 추가 하락 전망이 나오면서 일부 증권사는 ‘시장수익률 하회’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따라서 실적 발표 시기까지 주가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전략도 매수를 2분기 이후로 미루라는 지적과, 지금을 저가매수 기회로 활용하라는 의견으로 나뉘고 있다. 이호을 기자 he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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