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0 지지선’ 환매 줄며 4일째 사자행진
주식형 펀드 자금유입 줄이어 10조 돌파
보수적 운용 연기금등 차익 실현 가능성 종합주가지수가 1000까지 급등하는 과정에서 차익실현에 치중했던 기관투자자들이 다시 든든한 매수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다. 더욱이 주식형 펀드 잔고가 지난 10일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매수 여력이 확대되고 있어 기관 매수세는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3월 들어 3573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하는 등 최근 매수 규모를 크게 확대하고 있다. 기관은 특히 지난 8일 이후 4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벌이면서 6268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이를 이용한 프로그램매매 차익거래 금액 2205억원을 제외하고도 4063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한 셈이다. 기관들은 지수가 930대에 오른 지난달 초부터 최근까지 차익실현에 주력해 왔다. 지난달 한달 동안 1조1418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했으며, 이달 들어서도 7일까지 2531억원을 순매도했다. 차익실현을 위해 모두 1조4천억원 가량의 주식을 순매도한 셈이다. 기관이 최근 매도세를 접고 연속 순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은 차익실현을 위한 주식형 펀드 환매가 줄어들면서 적립식 펀드로부터 들어오는 자금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투자신탁운용의 경우 1~2월에 하루 평균 10억원 미만이던 주식형 펀드 환매 규모가 2월 말과 3월 초에 급증했다가 다시 줄어드는 추세다. 대투운용의 일일 환매금액은 지난 2일 21억원, 3일 26억원, 4일 29억원, 7일 41억원으로 그 규모가 크게 늘어나다가 8일 10억원, 9일 10억원, 10일 8억원으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대한투자신탁증권 관계자는 “지수가 1000에 바짝 다가서면서 환매가 늘었으나, 며칠 전부터는 1000에 안착했다는 판단이 심리적 안정감으로 작용하면서 환매 요구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2월 중 지수가 930에서 1000으로 오르면서 주식형 펀드에 돈을 맡겼던 일반 법인과 금융기관들이 차익실현을 위해 많은 자금을 환매해 갔다”며 “이미 차익실현을 많이 한 데다 지수 1000이 지지선 역할을 하고 있어 앞으로는 기관이 순매수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식형펀드로의 꾸준한 자금 유입도 기관 매수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8조5520억원이었던 주식형펀드 설정 잔액이 3월10일 10조320억원으로 불어나면서 10조원을 넘어섰다. 주식형 펀드가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2003년 10월 이후 1년5개월 만이다.
이러한 주식형펀드 자금 유입은 2월부터 그 폭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지난 1월 하루 평균 115억원씩 증가하던 주식형펀드 잔고는 2월 이후부터 하루 평균 513억원씩 증가하고 있다. 주식형 펀드는 증가액의 83~85%를 주식으로 투자한다. 자산운용협회 관계자는 “환매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적립식 펀드를 통해 유입되는 자금이 워낙 많아 환매 금액을 압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기관이 완전히 매수세로 돌아섰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연기금 등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기관들은 지속적으로 차익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손동식 주식운용본부장은 “환율과 유가라는 큰 변수 때문에 앞으로의 장세를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따라서 연기금 등 몇몇 기관들은 앞으로도 지수 1000~1050에서 부분적으로 차익실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남기 기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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