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자릿수 지수대가 쉽진 않다. 유가가 폭등하고 외국인들의 12일 연속 차익 실현,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 등이 작용하면서 시장이 다소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물론 9주 연속 상승한 이후 한주간 4% 정도 하락한 데 대해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다만, 워낙 1000이라는 지수대가 과거의 아픈 기억을 자극하기 때문에 크지 않은 조정에 대해서도 두려움이 그만큼 큰 것이다.
최근 1982년의 미국 증시와 현재의 한국 증시를 비교하는 보고서를 쓰면서 고민했던 점은 네자릿수 지수대의 안착 여부였었다. 당시 미국의 성장침체, 투자와 소비위축, 신융붕괴, 금리하락 후 급등, 정부의 강한 정책적 부양의지, 증시 자체의 저평가 등이 지금의 한국 증시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고 보았다. 특히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증시 외면 이후 금융제도의 겸업화와 규제완화 속에 미국의 간접투자와 장기투자 흐름이 뚜렷한 변화를 보이던 시기였던 점은 현재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이 매우 크다. 이런 투자층이 늘어날수록 시장은 과거의 아픈 기억, 즉 잠시 네자릿수 지수대 회복 이후 장기간의 하락이라는 고통을 맛 볼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주식형 수익증권 잔고가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적립식 펀드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보험권의 변액보험도 수급 버팀목이 되고 있고 지난해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었던 배당형 펀드들도 여전하다. 더구나 국내 각종 연기금들이 필연적으로 장기적 성과를 위해 주식 편입을 점차 늘려가고 있고, 조만간 시행될 퇴직연금 등은 전형적인 장기 투자자금들이다. 이런 자금들이 증시의 변동성을 낮추고 안정적인 투자의 원천이 된다. 그리고 현재 증시의 수익배율(PER)이 8배에 불과한 현실에서 과거와는 달라진 국내 우량기업들의 높아진 글로벌 경쟁력을 감안한다면 잠시의 조정을 지나치게 걱정하기보다는 우량주의 매수 기회로 활용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장을 봐야 할 것으로 확신한다.
고유가, 22일에 있을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 등은 이번주 중 다소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판단된다. 단기급락을 주도한 외국인들도 자사주 매입 기업(현대차, 포스코)을 제외하고는 매도 압박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뿌리깊은 피해의식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한주간 시장은 지수 1000을 전후로 소폭의 등락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박효진/굿모닝신한증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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