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외상거래 추이
내일부터 결제 불이행 땐 30일간 100% 증거금
이자 물고 기간 길어 더 위험한 신용잔고 늘어
이자 물고 기간 길어 더 위험한 신용잔고 늘어
주식투자 초보자인 회사원 안아무개(32)씨는 4월21일 고심 끝에 컴퓨터에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깔았다.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고 국내 증시 전망이 밝자, 최근 유행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중 하나인 코덱스(KODEX)200을 매달 정기적으로 사기로 했다. 이날 그는 100주를 사기로 마음먹고 매수 버튼을 눌렀다. 그의 증권계좌는 100만원 정도 자금이 부족했지만, 거래는 체결됐다. 미수거래가 성립된 것이다. 그 뒤 안씨는 일이 너무 바빠 에이치티에스를 들여다보지 못했다. 마음의 여유가 생긴 지난주 금요일 에이치티에스에 들어가니 이게 웬일인가. 증권사의 반대매매(증권사가 고객의 미결제액만큼 주식을 강제 매도하는 것)로 자신의 주식이 온데간데없어진 것이다.
이달 2일부터는 안씨처럼 반대매매를 당한 개인투자자들은 한달 동안 외상으로 주식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미수 동결 계좌제도’가 전면 시행되기 때문이다. 미수거래란, 전체 주식 매입 대금의 30% 이상인 증거금을 내고 주식을 외상으로 사는 제도다. 주식 매수 이틀 뒤인 결제일까지 돈을 갚지 않으면 증권사가 반대매매를 한다. 지금까지는 불이익이 반대매매에 그쳤지만, 2일부터는 한 번이라도 미수가 발생하면 30일 동안 자신의 증권계좌가 동결돼 증거금을 100% 내야 한다. 또 결제일 전에 미수거래 주식을 팔아 돈을 갚는다 해도 역시 미수 동결 계좌로 간주돼, 자신이 동원 가능한 자금 범위 안에서만 주식투자를 할 수 있다. 단, 미수금이 10만원 미만이면 계좌 동결은 면제된다.
채남기 증권선물거래소 매매제도팀장은 “주식 투자는 매수 시점이 중요해, 미수가 발생하면 본인이 원하는 투자를 놓칠 수 있으므로 그동안 미수거래를 이용해온 투자자는 앞으로 신용거래로 바꾸든지 동원 가능한 자금 한도에서 주식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수 동결 계좌제 도입을 앞두고 증권사들이 기존 미수거래 수요를 신용거래로 돌리기 위한 캠페인에 나서면서 신용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각 증권사들은 신용 융자 한도와 대상 종목 수를 늘리고 담보 유지 비율과 보증금률은 내려 신용거래 문턱을 낮추고 있다. 신용거래는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으로, 미수거래와는 달리 일정 기간(30~150일) 동안 정해진 이자(7~8%)를 문다. 신용거래도 주가 하락으로 담보 주식의 가치가 일정 비율 이하로 줄어들면, 증권사가 담보 주식을 처분해 융자금을 강제로 상환받는다. 신용거래는 미수거래에 비해 자금 상환 기간이 길어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주가 하락으로 투자 손실이 발생할 경우 미수거래는 이틀 안에 돈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손실이 제한될 수 있다. 반면 신용거래의 경우 융자금의 운용 기간이 길기 때문에 누적 손실도 그만큼 커질 위험이 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월 최고치에 달했던 외상거래가 감소하다가 최근 다시 꾸준히 늘고 있고, 유가증권시장보다 코스닥시장이 더 위험한 수준”이라며 “외상거래가 안고 있는 본질적인 위험을 인지하고 투자자든 증권사든 위험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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