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톡옵션 부여기업 올들어 31곳 '증가세'
최대실적 은행권 경영진에 수만주 뿌려
과실 독식·단기수익 집착 등 부작용 커
정교 투명성 확보안되면 주주 기업에 독 주식시장이 살아나자 한동안 시들했던 스톡옵션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올 들어 스톡옵션을 부여한 기업은 모두 31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곳보다 55%나 증가했다. 새로 도입을 추진하는 기업도 크게 늘어났다. 그동안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다는 이유로 한번도 스톡옵션 제도를 활용하지 않았던 엘지그룹도 엘지전자(22일)와 ㈜엘지(23일)가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에게 대량의 스톡옵션을 준 것을 시작으로 스톱옵션 행렬에 합류했다. 스톡옵션은 현재의 주가 수준으로 몇년 뒤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다. 스톡옵션을 받은 사람은 차익을 늘리기 위해 주가 올리기에 힘을 쓸 테고 그러면 주주들에게도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간다는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즉 경영자 개인의 이익 추구가 주주의 이익 증대로 이어지도록 만든 동기 부여 장치인 셈이다. 그러나 스톡옵션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업에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주주들은 주가가 오르고 배당금을 많이 받기를 바라지만, 스톡옵션 욕심에 멍든 경영진의 숫자 놀음에 피해를 볼 수 있다. 최근 공적자금이 회수되지 않은 우리금융지주가 경영진에게 대규모 스톡옵션을 부여하려 했던 사례처럼, 특히 일반 기업과 달리 공공성이 중요한 금융권에 스톡옵션이 유행처럼 번지는 것은 많은 우려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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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만 벌면 그만?=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린 은행들이 최근 주주총회 계절을 맞아 경영진들에게 막대한 스톡옵션을 부여하고 있다.
은행권의 스톡옵션은 지난 1998년 말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이 주택은행장 시절 연봉은 1원만 받는 대신 스톡옵션 40만주를 받겠다고 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이후 하나은행(1999년)과 신한은행(2002년)이 도입했고, 부산·대구·전북은행 등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됐다. 상당수 은행장들은 이렇게 몇년 전부터 스톡옵션을 차곡차곡 챙겨온 덕분에 이미 수십만주의 스톡옵션을 가지고 있다.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올해 주가가 크게 오른 덕분에 이미 보유 스톡옵션의 평가차익이 28억여원이나 되고, 오는 30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다시 추가로 10만주를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은행의 주가는 업종 특성상 경영자의 경영능력 못지 않게 경기나 기업·가계의 신용상태 등 외부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에서, 최고경영자가 주가 상승의 과실을 독식에 가깝게 차지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김문호 금융산업노조 사무처장은 “은행장들은 단지 주가를 올리기 위해 급박한 경영상의 이유도 없이 상시적으로 인원을 감축하고, 직원들을 살벌한 실적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며 “최고경영자들이 갖고 있는 스톡옵션의 대부분은 직원과 고객들에게 돌아가야할 몫”이라고 주장했다. 또 수익성 못지 않게 공공성도 중요한 은행들이 주주 이익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 스톡옵션이란 도구를 마구 사용하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논란도 있다. 은행들이 외환위기 이후 극도로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한 탓에 중소기업은 만성적인 자금난에 시달리고 부동산 담보대출이 급증하는 등 자금시장의 왜곡이 커지고 있다. 송원근 진주산업대 교수(경제학)는 “스톡옵션은 경제 전체나 산업 전반의 경기 상승처럼 경영자의 능력과 관계없는 주가 상승분까지 경영자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 주식시장처럼 투기적 요인이 강할수록 스톡옵션을 받은 경영자는 기업의 내재가치를 끌어올리기보다는 단기적이고 지표적인 수익성과 성장률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스톡옵션 약인가, 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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