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외국인 순매수 동향
이달만 2조원…철강·금융 등 주도주 집중 매도
“일시적” 전망 우세속 “대비 필요” 의견도
“일시적” 전망 우세속 “대비 필요” 의견도
코스피지수가 1800대를 넘어서면서 단기 급등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달 들어 외국인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어 주목된다.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기준으로 36%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이 본격적인 차익실현에 나선다면, 증시가 조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한국 시장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며, 그동안의 주가 급등으로 고수익을 낸 종목들에 대해 일부 차익실현을 하는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 외국인 순매도=증권선물거래소의 조사 결과, 외국인은 코스피지수가 1700을 돌파한 지난달 31일 이후부터 현재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2천억원 가량을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 12거래일 가운데 9일간이나 순매도를 했다.
업종별로 보면, 상반기 증시를 주도했던 철강·금속업과 최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통합법)의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통과로 주가가 크게 오른 증권 등 금융업에 대해 각각 4700억원과 6700억원이나 순매도했다. 반면 같은 기간동안 기관과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1조5천억원, 1천억원 정도를 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 전문가 의견=이런 양상을 두고 일부에서는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차익실현’에 나선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아직까지는 외국인의 매도세를 심각하게 바라볼 수준은 아니라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올 하반기 경기전망이 나쁘지 않고 기업 실적 개선도 기대되는데다, 유동성까지 풍부하기 때문에 외국인의 매도세가 일시적인 현상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유재성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달 초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금리인상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외국인이 소극적인 투자성향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기업이익 대비 주가 수준에 민감한 투자성향을 지닌 외국인들이 상반기 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일단 주식을 팔고 있지만, 근본적인 태도 변화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안선영 미래에셋증권 책임연구원은 “최근 아시아 시장에 대해 외국인이 대거 매수세를 보이고 있은데 이는 외국인이 여전히 세계 증시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라며 “다만 우리 시장에서만 매도세를 보인 이유는 상반기에 우리 증시의 상승폭이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문광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도 “한국 증시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외국 기관투자가들의 포트폴리오에서 한국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며 “포트폴리오 재조정 차원에서 한국 주식을 정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 투자전략=향후 증시를 전망할 때 외국인의 움직임도 중요하지만 국내 기관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근 2~3년째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는 외국인과 달리, 갈수록 세를 불려가는 기관의 매매동향을 적극 참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황창중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주식형펀드의 빠른 유입으로 규모가 커진 기관의 움직임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나쁘지 않다”면서 “지금 국면에서는 외국인의 매도 움직임에 너무 연연해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물론 외국인의 매도세가 장기간 계속될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의 매도 규모가 지금보다 더 커진다거나 미국 증시가 하루에 5% 이상 빠지는 등의 급락 현상이 발생한다면 개인 투자자들은 신중한 투자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경락 윤은숙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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