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천억대 과징금 수익악화 불보듯
유선통신업체들의 담합행위가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사상 최대규모의 과징금을 부과받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해당 업체들의 주가가 급락했다.
29일 주식시장에서 케이티는 전날보다 3.73% 급락한 4만50원으로 마감돼 넉달 만에 4만원선이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 하나로텔레콤도 3.5% 떨어진 2895원에 장을 마쳤고, 데이콤은 3%대의 하락세를 보이다 장 막판에 급반등하며 소폭 오름세로 마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유선통신 사업자들이 시내전화와 피시방 인터넷 전용회선 시장 등에서 담합한 사실을 적발했으며 과징금 부과액은 15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3월29일치 1면>
이번 대규모 과징금 부과는 유선통신 시장의 포화로 매출 정체를 겪고 있는 통신업체들의 수익성을 더욱 갉아먹어 가뜩이나 부진했던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양종인 동원증권 연구위원은 “케이티의 올해 순이익은 1조1543억원, 하나로텔레콤은 243억원, 데이콤은 405억원으로 추정되는데, 1천억원대의 과징금은 수익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후발업체는 과징금 규모에 따라 부담이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용원 현대증권 통신인터넷팀장은 “수익성 정체 혹은 하락세를 보이는 유선통신업체들의 추가적인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업체들의 올해 이익 전망치를 하향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남곤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케이티의 경우 과징금의 절대규모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배당 규모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통신업체 간 경쟁이 다시 치열해지면서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고 소비자들로부터 요금인하 압력도 거세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성경호 세종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정부 규제가 강화되고 소비자단체의 통신요금 인하 압박이 가중돼 유선통신업체들의 실적 개선은 더욱 더딜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대형 통신사 중심의 구조조정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세종증권은 유선통신업체들의 투자의견을 ‘비중축소’로 유지한 가운데, 케이티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이호을 기자 he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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