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개 증권사 사장들이 16일 오후 여의도 한국증권업협회에서 긴급 회의를 열어 최근 주가 급등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00 넘보는 주가…전문가들도 거품 논쟁
적정 상한선 1860…주가수익률 이미 영·프 추월
경기 회복·실적 개선 가능성 ‘묻지마’ 투자 아니다
적정 상한선 1860…주가수익률 이미 영·프 추월
경기 회복·실적 개선 가능성 ‘묻지마’ 투자 아니다
“빨라도 너무 빠르다” “많이 올랐다고 무조건 거품인가”
연초 1435로 출발한 코스피지수가 1900을 넘어 2000선을 바라보자, 증권가에서 ‘주가 거품’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거품이다”=빈기범 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증시가 명백히 거품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진단한다. 빈 연구위원은 기업이 창출할 이익과 배당으로 주식의 본래 가치를 산정한 뒤 실제 주가와 비교하는 모형을 통해 주가 상한선을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상한선은 1860 정도다. 그는 “시간을 두고 점차적으로 하향 조정해 이론적 상한선에 수렴하면 별 문제가 안되겠지만, 지금처럼 계속 주가가 상승세로 간다면 10~15% 이상 폭락할 수 있다”며 “폭락할 때에는 빚내서 투자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의 주가가 이제 더이상 싸지 않기 때문에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 개선이 동반되지 않는 주가 상승은 위험하다는 견해도 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과거 한국 증시는 늘 저평가돼 있었고 강세장이든 약세장이든 주가수익비율이 낮다는 점이 더 오를 수 있는 근거로 제시됐다”며 “그러나 최근 한국의 주가수익비율이 13.7배까지 올라 이미 영국과 프랑스를 넘어섰고 독일과도 비슷한 수준이라 더이상 싸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주가수익비율은 주식 1주가 1년 동안 벌어들인 수익에 비해 얼마나 높게 팔리는지를 나타낸다.
■“거품 아니다”=거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풍부한 유동성과 세계 증시의 동반 상승, 북한 핵 위험 완화에 따른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가능성 등 증시를 둘러싼 환경 변화에 주목한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매일 4천억원 정도가 펀드에 유입되고 있는데 더 들어올 수 있다”며 “미국 증시에서는 펀드 자금이 50%를 넘지만 우린 아직 20%도 안되기 때문에 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성호 동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상승 속도만 놓고 거품이라고 할 수 없다”며 “지금의 금리 수준과 주식 투자 기대 수익률을 비교하면 국내 증시는 여전히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현재 주식 투자 기대수익률(1/PER)은 연 7.2% 정도로 5% 중반대인 시중금리보다 높아 증시로 돈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지난 2000년 정보기술(IT) 거품 때처럼 기업 실적이나 연구개발 성과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기업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고 있는데다 하반기에 경기가 더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되는 것도 ‘이유 있는 상승론’의 근거로 꼽힌다.
양선아 김경락 기자 anmadang@hani.co.kr
나라별 주가수익비율과 올해 주가상승률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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