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그룹주 펀드와 코스피지수, 성장형펀드 수익률 비교(위) / 한국부자아빠삼성그룹주식1 펀드의 포트폴리오(아래)
투자 계열사 수 적어 ‘10%룰’ 위반 가능성 상존
비중 낮추기 위한 매도로 수익률 하락할 수도
비중 낮추기 위한 매도로 수익률 하락할 수도
특정 그룹의 종목만 편입하고 있는 ‘그룹주 펀드’들이 최근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지만 일부 펀드는 종목 편입한도에 걸려 운용상 운신 폭이 좁아지고 있다.
국내 성장형 펀드 중 그룹주 펀드로 분류되는 것은 15가지 안팎이다. 이 중 단일 그룹에만 투자하는 펀드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삼성그룹 적립식주식’과 동양투자신탁운용의 ‘동양e-모아드림 삼성그룹주식’ 등 다섯 가지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 펀드는 삼성전자 등 14가지 삼성 관련 종목에만 투자한다. 다른 일반 펀드의 보유 종목은 평균 40가지가 넘는다.
간접투자자산 운용업법(이하 간투법)의 ‘자산운용 제한’ 조항(88조)을 보면, 펀드 순자산의 10% 이상을 동일 종목에 투자할 수 없도록 돼 있다.(이하 ‘10% 룰’) 이 규정은 특정 종목에 편중된 투자를 막아 분산투자를 유도하고, 펀드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그룹주 펀드엔 이런 규정이 ‘독’이나 마찬가지다. 투자종목이 열 가지 안팎으로 제한돼, 투자 비중 조절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그룹주 펀드’들은 10% 룰을 위반했거나 위반 위기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이 주요 그룹주 펀드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결과, ‘한국부자아빠 삼성그룹주식’은 6월1일 현재 삼성중공업의 펀드 내 투자 비중이 10.45%에 이르렀다. 삼성엔지니어링(9.81%), 삼성물산(9.66%)도 편입 한도를 넘어서기 직전이다. ‘한국골드적립식 삼성그룹주식 1’, ‘한국삼성그룹 적립식주식 1클래스 A’나 동양운용의 ‘동양e-모아드림 삼성그룹주식’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룹주 펀드들의 이런 사정은 수익률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시장 상황과 상관 없이 10% 룰을 준수하기 위해 투자 비중을 조절해야 되기 때문에 추가 상승이 예측되더라도 비중이 10%를 넘으면 해당 종목을 팔아야 한다. 게다가 불과 몇몇 종목 의존도가 높아 이들 종목의 주가 변동에 수익률이 좌우되는 점도 그룹주 펀드의 큰 약점이다.
지난해 6월 한 달 동안 ‘한국부자아빠 삼성그룹주식’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인 것도 삼성 계열사 주식들이 무더기 하락했기 때문이다. 올해 초엔 삼성전자가 맥을 못 추자 ‘한국삼성그룹 적립식주식’은 오름세를 보였던 삼성중공업과 삼성물산의 비중을 크게 높여 수익률을 겨우 보전하는 일도 있었다. 한국운용 김재동 주식운용본부장은 “10% 룰 때문에 수익률이 나빠진 적은 아직까지 없다”면서도, 협소한 투자종목에 따른 운용 제약에 대해선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펀드의 규모가 커지면서 생기는 문제도 있다. 설정액이 3조원이 넘는 ‘한국삼성그룹 적립식주식’은 순자산의 약 9.8%를 삼성엔지니어링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시가총액 대비 7%에 해당되는 물량이다. 따라서 이 펀드가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식을 매각할 경우 이 종목의 주가 하락은 물론 펀드의 수익률도 함께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펀드 운용사가 마음놓고 특정 종목을 사고팔기도 어려운 셈이다.
이를 두고 ‘그룹주 펀드’의 설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 자산운용사의 관계자는 “분산투자라는 펀드의 기본 속성을 고려하면 그룹주 펀드는 상식에 반하는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지난해 말 이후 나오는 그룹주 펀드는 특정 그룹의 종목 외에도 다른 종목의 편입을 가능하도록 해, 10% 룰이 불러오는 수익률 저하와 법 위반 가능성을 회피하고 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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