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증권

가치주와 이별? 가치투자는 불멸의 연인

등록 2007-08-05 21:00수정 2007-08-05 21:03

한광덕 기자
한광덕 기자
한광덕 기자의 투자 길라잡이
저평가 해소돼도 유효…성장주엔 ‘가치 프리미엄’
급등주 쫓다 칼날에 베지말고 재무제표 뜯어봐야

집안 정리를 하다가 철 지난 신문의 경제면을 보게 되면 쓴웃음을 지을 때가 있다. 특히 전문가들의 당시 증시 예측이 지금의 현실과 거꾸로였을 때 그렇다. 주가가 2000 고지를 찍자마자 폭격을 맞고 1800선으로 퇴각한 요 며칠도 장밋빛과 회색빛 전망이 하루 걸러 교차됐다. ‘모두가 공포에 떨 때 용기를 내고 모두가 욕심을 낼 때 두려워하라.’ 가치투자의 정석이지만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전설이 된 ‘월가의 영웅’ 피터 린치는 기업가치를 연구하지 않고 투자하는 것은 포커를 치면서 카드를 전혀 보지 않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쉬는 것도 투자라고 하니 2000 고지 밑에서 잠시 ‘가치’의 무게를 달아보자.

■ 가치와 가격의 관계=불행히도 가치는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지 못한다. ‘내(투자자)가 다가가서 그(기업)의 이름(가격)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가치)이 되었다.’ 즉 가치는 가격이란 거울을 통해 비로소 세상에 알려진다. 그런데 문제는 가격이 가치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특히 증시라는 거울은 평면이 아니라 오목과 볼록을 왔다갔다 한다. 케인스는 주식시장을 미인대회에 비유했다. ‘제 눈에 안경’을 고르지 말고 다른 사람들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미인주를 골라야 성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치투자의 원조 벤저민 그레이엄은 이를 역이용했다. 사랑은 교만하지 아니하며 오래 참는 것이라 했던가.

어느 여성이 결혼정보업체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맞선을 본 한 남성에게 한눈에 반해 점수를 후하게 줬다. 그런데 그 남자를 만난 다른 여인들은 나보다 모두 점수를 짜게 줬다. 따라서 중매 시장에서 그 남자의 인기(가격)는 점점 하락했다. 절치부심하던 그 남자는 헬스클럽에서 근육질 몸매를 완성시켜 숨은 매력(내재가치)을 끌어올렸다. 이처럼 가치에 비해 가격이 낮게 형성될 때 잽싸게 그 남자를 낚아채면 투자의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물론 돈을 주고 애인을 구입할 수는 없다. 이해를 돕기 위한 단순 비유임.)

가치주와 이별? 가치투자는 불멸의 연인
가치주와 이별? 가치투자는 불멸의 연인
■ 가치분석의 도구=기업의 절대가치를 구하는 대표적 방법은 기업이 앞으로 벌어들일 수익을 지금의 가격으로 환산해서 구하는 미래현금흐름 현재가치 할인모형(DCF)이다. 이론적으로는 그럴듯하지만 일반인들이 기업의 수익을 예측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동종업체들 간의 가치와 주가의 배수를 비교하는 상대가치 평가엔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많이 쓰인다. 또 순이익만을 고려한 주가수익비율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지표(EV/EBITDA)도 있다.

일부에선 지속된 한국 증시 재평가로 저평가 국면이 마무리됨에 따라 이젠 가치주와 이별하고 성장주와 재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동의하더라도 가치투자는 여전히 유효한 무기다. 가치와 성장은 대척점에 있지 않으며 성장주란 가치의 성장이 빠른 주식일뿐이다. 가치분석이란 주가의 저평가 여부를 따지는 데 머무르지 않고 성장성을 중요한 잣대로 삼는다.


그레이엄의 수제자 워런 버핏은 최근 5년간 평균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10%를 넘는 종목은 눈감고 사도 된다고 말했다. 주당 이익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도 주가가 더 높을 때 고평가된 주식으로 보기 쉽지만 이익 증가율이 가파르면 되레 싸다는 것이다. 시가총액/이익→(시가총액/이익)/이익증가율로 수정하는 것인데 이를 페그(Price Earnings Growth)라 부른다. 또 주가수익비율이 좀 높더라도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이나 영업이익률이 높으면 수익의 성장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괜찮다고 본다. 올라가는 주식을 던지고, 내려가는 주식을 쥐고 있는 것은 꽃을 뽑아내고 잡초에 물을 주는 격이다. 이런 투자자라면 이제라도 가치투자라는 근본 물음과 마주할 필요가 있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