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단기 하락에 무게….일부는 1,800선 하회 우려
코스피지수가 22일 한때 90포인트 이상 폭락하면서 일부 개인투자자들 사이에 패닉(공황) 현상까지 생겼으나 급락장세가 지속할 것인지를 놓고는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락세는 미국 경제 경착륙 불안과 중국의 추가긴축 우려 등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지난 주말 미국증시 급락이 촉매로 작용했다고 분석했으나 대부분 단기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지수 1,890선 안팎에서 1차 지지를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다른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세가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가 재연된 것인 만큼 펀더멘털이 훼손될 수도 있다면서 지수 1,800선을 밑돌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코스피지수는 일단 오전장에 비해 낙폭을 일부 줄여 지수 1,900선을 회복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지난 주말보다 66.29포인트(3.36%) 급락한 1,903.81에 마감했다.
◆ 미국 경제경착륙 불안+중국 추가긴축 우려가 급락 배경.."최근 급등도 부담" = 증시전문가들은 국제유가 급등과 미국의 기업실적 부진 등에 따른 경제 경착륙에 대한 불안과 중국의 추가 긴축우려가 국내 시장을 강타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미 경제의 불확실성이 반영된 지난 주말 미국 시장의 급락이 이날 시장 폭락의 촉매제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했다.
대우증권 조재훈 투자분석부장은 "국제 유가 급등과 미 달러화 약세 등 경기 불안에 따른 미국 주식시장 급락과 중국의 추가긴축 우려감 등 그동안 수면 아래 잠복했던 글로벌 악재들이 재차 부각되며 국내 증시도 급락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증권 박석현 연구원은 "무엇보다 지난 주말 미국 증시 폭락이 주가 폭락의 촉매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 증시하락 "단기에 그칠 것" vs "조정 길어질 수도" = 이번 주가하락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도 시장의 의견은 양분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가급등, 미 경기침체 및 중국 긴축 우려 확산에도 국내 경기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어서 이번 하락이 `단기충격'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미 경기침체가 불러올 상처가 예상보다 아플 것이라는 진단도 만만치 않다.
대우증권 조 부장은 "불안해진 대외변수는 그동안 지나친 과열과 쏠림에 따른 한차례 감기몸살"이라며 "한국 기업실적과 소비 등은 견조한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고 한국 주식시장의 상대적인 벨류에이션도 저평가 상태"라고 강조했다.
하나대투증권 김영익 부사장도 "미국 충격에 과민반응하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 경제 성장률이 낮아질 수 있지만 침체국면이 아니며, 추가 금리 인하로 경제 연착륙을 유도할 것으로 보여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는 단기 충격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미국 경기의 모순과 중국의 긴축 우려는 이미 시장에 알려진 사실인만큼 이 부분이 주가급락의 배경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최근 급등에 따른 부담이 큰 작용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현 장세를 감안할 때 일단 4.4분기는 숨고르기 장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망령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으나 새로운 뉴스가 아닌 만큼 지난 7월처럼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이번 조정은 급등의 열기를 식히는 정도의 수준에서 기간 조정 형태로 이뤄질 것이라며 코스피지수는 급락세를 이어갈 경우 코스피지수 1,850선이 깨질 수도 있지만 60일 이동평균선인 1,890을 밑돌 가능성이 높지는 않은 것으로 관측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도 코스피지수의 1차 지지선으로 1,890∼1,900선, 2차 지지선으로는 최근 급등의 절반에 해당하는 지수인 1,840∼1,850선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비해 교보증권 이종우 리서치 센터장은 "지난주 금요일의 뉴욕증시 급락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미국 경제 전반으로 번져 나가면서 미국 경기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고, 달러화 약세 지속으로 글로벌 자금이 미국에서 빠져 나가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는데다 고유가가 국내 경제는 물론 글로벌 경제에 충격을 주면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우려를 낳을 수 있어 당분간 약세를 면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 8월에는 단기간에 급락했지만 이번에는 시장이 서서히 힘을 잃어가는 형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코스피 1차 지지선은 1,800선, 2차 지지선은 1,650선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 "급락은 매수기회..분할 매수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 서울증권 박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시장 악재요인이 추세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단기적인 성격으로 보이는 만큼 추세전환보다는 조정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급락은 여전히 매수기회"라고 강조했다.
대우증권 조 부장도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의 기본적인 성장 추세가 훼손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투매에 가담하기 보다는 1,900선 이하에서는 분할 매수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증권 김 연구원은 "지수가 고점에 비해 6∼7% 정도 하락한 것에 불과한 만큼 펀드 투자자들은 현재의 투자전략을 바꿀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다만 중국시장의 경우 다소 과열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교보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자들은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당분간 주식비중을 줄이고 현금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권한다"고 말했다.
임상수 기자 nadoo1@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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