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추이 / 달러 약세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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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불안감 퍼지는 등 숨었던 악재 고개
“미 경제 영향력 약화” 지적도…수급상황이 변수
시장이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를 0.25%포인트 내렸지만 주식시장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금리 인하 당일 큰 폭으로 올랐던 미국 시장은 바로 다음날(1일)엔 2% 넘게 급락했다. 지난 2일 다시 소폭 반등했지만, 앞으로 미국 증시의 변동성은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코스피 역시 지난 주 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지만, 다시 약세로 돌아서 전주말보다 8.72(0.42%) 하락한 2019.34로 한 주를 마감했다. ■ 혼란스러운 시장=전문가들은 현재 시장은 금리 인하 이후 변화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금리 인하라는 변수 한 가지만 바라보기에는 현재 상황이 매우 복잡한 탓이다. 특히 씨티그룹, 메릴린치 등의 사례를 통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인한 금융기관의 손실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부담거리다. 국제 유가 상승과 달러화 약세의 영향력이 서로 상쇄되고는 있지만, 이에 따른 세계적 인플레이션 압력 강화에 대비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미국 경기에도 위험요소는 곳곳에 남아 있다. 미국 3분기 국내총생산 실적이 예상외로 좋게 나오면서 경기 연착륙 가능성을 높인 건 사실이지만, 3개월 내리 하락한 제조업지수가 10월에도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리스크가 다시 부각될 여지가 크다. 조재훈 대우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경제지표가 들쭉날쭉한 상황에서 시장 역시 한동안 별다른 방향성 없이 등락을 반복할 것”이라며 “시장은 금리 인하라는 양날의 칼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 지켜보면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 증시의 길=대부분의 전문가는 국내 증시가 한동안 미국 증시와 비슷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금리 인하를 선반영해 급등한 부분에 대한 조정이 필요한 데다가, 유가와 환율 등 거시 가격 지표 등에 대한 불안감 탓에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 금리 인하 기대 속에서 숨어 있던 악재들이 서서히 튀어나오고 있다”면서 “환율 하락 및 고유가, 기대에 못미치는 3분기 국내 기업 실적, 프로그램 매도세 그리고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 정체 등은 국내 증시에 불안요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상승 기조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4분기 국내총생산과 금융기관 실적 발표가 나올 내년 초에 서브프라임 문제는 또 한차례 부각될 수 있다”면서 “다만 미국 경제가 국내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약해지고, 선진국 관련주의 부진에 맞서 중국 관련주가 선전하고 있어 상승기조가 꺾이지는 않을 것이고, 2000대 전후의 매수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단기적으로는 수급상황이 증시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 최대 매수주체인 투신권의 유동성 회복 여부가 시장의 변동폭을 결정하는 데 최대 관건”이라며, “매수 차익 잔고가 5조6000억원을 넘어서면서 다시 프로그램 매물 압력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도 주의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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