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임기중 주가 동향
|
이종우 흐름읽기
대통령이 바뀌고 임기 절반까지는 주가가 상승한다는 속설이 있다. 이번 주에 대통령 선거가 끝나는 점을 고려하면 한번 검증해 봐야 할 부분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4번 가운데 3번이 이 속설에 들어 맞았다. 1987년 노태우 대통령이 당선된 뒤 주가는 89년 4월까지 1년4개월여 동안 오르다 하락했다. 1992년 김영삼 대통령 때는 대선이 본격화되기 전인 8월에 주가가 바닥을 만들었고, 대통령에 당선된 뒤 2년 동안 주식시장과 밀월 관계를 누렸다.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시절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은 당선 뒤 1년 동안 주가가 좋지 않았다가 2년 차에 빛을 봤다. 1998년 1월부터 99년 중순까지 8개월 사이에 종합주가지수가 300% 가까이 상승한 때문이다. 2002년에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은 주식시장에 관한 한 우등생이다. 취임 시점에 바닥권을 헤매던 주가가 5년 내내 오르면서 350%를 넘었고, 시장 규모도 1000조원을 넘겼다. 과거 대선 이후 오름세 보인 건 경기 주기 영향이번엔 다른 국면…장기상승 따른 피로 살펴야 대통령 임기 중반까지 주가가 오른다는 속설은 경기 주기와 관련이 있다. 노태우 대통령은 경기가 좋은 때 취임을 했지만, 두 김대통령은 경기 바닥권에서 당선이 됐다. 따라서 당선과 동시에 경기를 활성화 시키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놓았는데, 이런 정책 효과가 경기 회복과 맞물리면서 주가 상승을 불러온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임기 중반에 주가가 하락한 것은 경기 대책의 효과가 약발을 다하고, 정부의 힘이 떨어지면서 쓸 수 있는 정책 카드가 준 것이 원인이 있다. 이번에도 속설이 들어 맞을까? 17대 대선의 최대 화두가 ‘경제’인 만큼 당선자는 경제 성장 정책을 최우선에 둘 것이다. 하지만 최근 시장이 과거와 달리 국제화돼 우리 시장만 따로 움직일 수 없다는 점과 참여정부 내내 주가가 올랐다는 점은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둘 중 후자의 영향이 더 클 것이다. 주식시장 규모가 커진 만큼 우리 경제도 확장됐다. 정부 정책 하나로 많은 것을 해결하던 과거의 경제 체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 만큼 정부 정책 보다는 경제 스스로가 힘을 기르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 부분은 ‘임기 초=주가상승’이라는 과거 그림을 흔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향후 경제가 2007년 이상으로 좋아지기 힘들다는 점도 임기 초 주가 상승에 의문 부호를 붙이게 만드는 요인이다. 우리 경제는 2004년을 기점으로 뚜렷히 저성장 국면에 들어서 있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성숙도가 높아졌다고 해도 성장률은 6%를 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이런 점에서 2007년 5% 정도 성장을 하고, 2008년에도 그만큼의 성장률을 기록한다면 이는 우리 경제 입장에서 대단히 선전한 것으로 봐야 한다. 2008년은 경제에 관해 많은 걸림돌을 안고 출발할 것이다. 2007년 한 해 동안 원자재 가격은 2~3배 가량 올랐고, 시중 금리도 6%까지 치솟았다. 원화 환율이 한때 900원을 깨고 내려가기도 했다. 이 부분이 모두 새해에는 경제를 끌어 내릴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세계 경제를 보더라도 유럽연합과 일본의 경기가 오랫동안 확장된 뒤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마켓이 선진국의 빈자리를 메울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중국 소비가 미국의 1/4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 기대에 썩 공감이 가지 않는다.
이종우 흐름읽기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