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적인 주가 동조현상이라는 환경 아래서 세계 경기사이클은 국내 주가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1분기 대형기업 실적 발표의 여파를 받고 있는 증시에, 이번에는 세계경제 거시 지표의 녹록지 않은 분위기가 스미고 있다. 며칠간 세계 주가는 한마디로 혼조 장세였다. 가장 큰 것은 이미 알려진 것처럼 갑자기 낮아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의 영향이다. 시간이 갈수록 쇼크 효과가 조금씩 짙어지고 있다. 국가별 선행지수 중 가장 많은 하락세를 보인 일본은 닛케이지수가 이번주 이틀 연속 큰 폭으로 떨어졌다. 대우증권 김정훈 연구원은 “비관론자들의 힘이 강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환기한다. 미국의 장기채 금리와 신용스프레드가 계속 올라가고, 지엠에서 포드로 기업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무엇보다 지난주말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의 경기선행지수가 전체적인 분위기를 누르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기지수도 경고성을 띠고 있다. 산업활동 동향을 신속히 예고하는 다우운송지수가 상승추세에서 꺾이기 시작했고, 소비활동의 선행지수처럼 인식되는 월마트 주가지수도 오르락내리락하다가 다시 내리막으로 떨어지는 모양새다. 이 지수들은 실물경기를 대체로 정확하게 반영한다. 올해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에서 2.6%로 약간 더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고유가와 국제 원자재 가격의 오름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 이에 따른 연준의 금리 인상, 달러화 강세 등이 단기적인 투자심리를 누르고 있다. OECD 경기선행지수 등 불안
“미 국채 10년물 추이도 변수”
증시방향 이번주가 고비될 듯 물론 이런 지수 추이가 마냥 경기가 내리막길로 접어들 것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김 연구원은 무엇보다 미국의 장기금리를 나타내는 국채 10년물이 어떤 방향선을 그리는지를 지켜볼 것을 주문한다. 금리가 올라간다면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해외 투자자금이 회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금리가 내려간다면 국내 증시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지난주 해외 뮤추얼펀드 가운데 한국 편입비율이 높은 글로벌 이머징 마켓 펀드 등 4개 펀드는 2주 연속으로 순유출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그 전주에 11억5천만달러에 이른 순유출된 금액은 지난주 2억4900만달러에 그침으로써 유출 정도는 일단 완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펀드는 한국과 멕시코, 중국 등에서 자금을 빼내 일부를 싱가포르와 홍콩 등지로 돌리고 일부는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홍콩으로 향한 자금은 일단 대기성이라고 볼 수 있다. 아시아권뿐 아니라 남미와 유럽·중동·아프리카 등지에서도 펀드 자금은 유출되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온다. 동원증권의 김세중 연구원은 “미국 증시의 바닥 탈출이 지연되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한국은 미국과 달리 이미 원화 강세의 요인을 극복하고 있기 때문에 증시 양상이 차별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의 다음 경기선행지수 발표일인 5월11일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의 인내심을 요구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만 보면 국내 증시의 향방도 이번주가 고비가 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국외 거시지표를 주시한다. 거래대금이 졸아드는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 자금 추이가 주요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홍동 기자 hdlee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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