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증권

‘대주’ 권하는 증시 역이용을

등록 2008-02-17 21:47

대주와 전환사채(CB)를 결합한 차익거래 흐름도
대주와 전환사채(CB)를 결합한 차익거래 흐름도
한광덕 기자의 투자 길라잡이
대차잔고 급증 종목 매수
신주·CB와 연계 차익거래

약세장임을 실감케 하는 다음 두 기사를 보자. “주가가 하락할 때 이익을 남길 수 있는 ‘대주제도’가 22년 만에 부활한다.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가격이 떨어진 주식을 사 갚음으로써 이익을 남기는 투자기법이다.”(○○일보 1월22일치) “‘대차거래’는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할 때 주식을 빌려 먼저 판 뒤 나중에 싼 값에 되사 주식으로 갚는 것이다. 흔히 ‘공매도’로 불린다.”(△△일보 2월5일)

하락장이라고 무턱대고 주식을 꿔다가 팔면 이익을 낼 수 있을까? 그 실마리를 풀기 전에 일단 위 두 기사에 대한 사소한(?) 혼동을 짚어보자.

■ 주식대여 3가지 유형=먼저, 대주제도가 부활됐다는 보도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대주는 증권사가 자체 보유한 주식을 빌려주는 ‘자기 대주’와 한국증권금융이 신용 담보주식을 증권사를 통해 빌려주는 ‘유통 대주’로 나뉜다. 이 중에서 유통 대주만 중단됐다가 이번에 부활했고 자기 대주는 몇몇 증권사를 통해 여전히 시행돼왔다. 대주는 기관이 개인에게 빌려주는 것인데 반해 기관들끼리 주식을 빌려주는 것은 ‘대차거래’라고 부른다. 이러한 대차거래를 공매도와 동일시한 보도도 부적절하다. 공매도는 말 그대로 현재 가지고 있지 않은 주식을 파는 것이지만 대차는 빌려와서 실제로 보유한 주식을 매도하는 것으로 번지수가 다르다. 공매도는 증자나 전환으로 배정받은 신주를 상장되기 3영업일 전에 미리 파는 경우를 빼곤 금지돼 있다.

■ 공짜는 없다=기관들은 왜 주식을 빌려줄까? 장기 보유하려는 종목은 그냥 묵혀 두느니 중간에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유통 대주는 수수료도 안받고 되레 빌려 팔아서 나온 돈에 연 1% 이자를 준다고 보도됐다. 정말 고마워 해야 하나?

증권금융은 대주 매각대금을 실세 금리 상품에 굴려 수익을 올리고, 대주를 중개한 증권사(키움·현대·굿모닝증권)에 3.5% 이자를 준다. 증권사는 여기서 1% 이자만 고객에게 떼주도록 돼 있다. 그런데 어찌된 셈인지 굿모닝신한증권은 1% 이자마저 떼먹는다. 또 이 증권사는 증권금융이 60일로 정한 주식 대여기간을 30일로 단축한 뒤 60일까지 사용하려는 고객에겐 연장 일수에 연 17% 수수료를 부과한다. 17%면 살인적인 연체 이자다. 매매 수수료를 일반 주식거래보다 비싸게 받는 증권사도 있다.

■ ‘벌거벗은’ 대주는 위험=기관들은 왜 주식을 빌려갈까? 기관들은 주가 하락을 내다 본 단기 차익거래도 하겠지만 위험회피나 재정거래를 위한 다양한 투자전략을 구사한다. 개인이 대주를 통해 차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수는 내리는데 내가 판(대주) 종목만 오른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특정 종목보다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빌려 매도하거나 동시에 일부 테마주나 경기 방어주를 사들이는 양방향 매매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대규모 증자가 예정된 종목을 빌려서 팔아넘기는 전략도 생각할 수 있다. 약세장에서 증자는 수급 악화 측면이 부각돼 시세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신주 상장일 전후에 매물 압박으로 싸게 사들일 기회가 온다면 차익이 가능하다. 대주가 가능하면서 전환사채도 함께 발행된 종목은 최소한 잃지 않는 게임을 할 수 있다.(?5C 그래픽 참조) 대주를 팔아넘기고 동시에 전환사채를 사두면 주가가 오르더라도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꿔 갚을 수 있으므로 손해를 보지 않는다. 전환가격은 오르지 않고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떨어지면 당연히 차액만큼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때 전환사채는 채권 형태로 보유해 이자를 받으면 된다.

끝으로 역발상이다. 대차 잔고 비율이 높은 주식을 사는 것이다. 빌려간 주식은 언젠가 갚아야 하므로 그만큼 사자세가 일어나 주가 반등이 이뤄지기 쉽다. 대차거래 통계의 일부는 증권업협회 홈페이지에 공지되지만 예탁결제원에서 중개한 잔고 수치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라는 점에서 개인 투자자에게 불리한 대목이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