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주식들은 미국, 일본, 유럽 뿐 아니라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에 견줘서도 저평가돼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저평가의 정도가 국내 기업들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음에도 주가가 따라주지 않는 바람에 더욱 심해졌다. 심지어 상장기업 3분의 2 정도는 주가로 평가된 시장가치가 당장 청산할 경우 기대할 수 있는 장부가치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선물거래소는 21일 12월 결산 상장법인의 지난해 실적에 대한 재무지표를 산출해본 결과, 코스피200 기업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 7.12배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주가수익비율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것으로 다른 조건에 문제가 없는 한 숫자가 낮을수룩 투자가치가 높은 것으로 간주된다.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한 주가수익비율은 미국 다우30 기업이 21.07배, 영국 FTSE100 기업이 14.97배, 니케이225 기업이 13.64배로, 국내 기업들은 이들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홍콩이나 중국 상하이의 상장 기업들도 각각 14.40배, 17.15배를 나타내 국내 기업들은 사실상 비교 가능한 나라들 중에서 최하위권을 나타냈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이들 지표를 산출하면서 국내 기업에 대해서는 지난 19일 종가를, 외국 기업들은 지난 15일 종가를 각각 적용했다. 반면 액면가가 낮은 코스닥50 기업들은 주가수익비율이 평균 12.2배를 나타내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렇게 주가수익비율이 낮아진 것은 지난해 상장기업들의 순이익이 25조4357억원에서 50조6395억원으로 두배 이상 늘어났기 때문이다. 12월 상장법인 평균 PER 7.12배
미국 ·영국 등에 비해 절반 그쳐
코스닥 기업은 평균 12.2배 수준
상장 기업들은 또 이익이 급속히 늘어난 탓에 자기자본이 늘어나 순자산가치도 크게 높아졌다. 주가가 자산가치의 상승을 따르지 못한 탓에, 많은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들의 시장가치가 장부상 순자산가치에 미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기업들의 72%가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가치에 미치지 못했고 절반이 되지 못하는 기업도 40%나 됐다.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주당순자산비율(PBR)은 2003년 실적을 기준으로 했을 때 평균 1.32배였으나 지난해 기준으로는 1.16배로 낮아졌다. 코스닥 기업들도 55%가 주당순자산비율이 1배가 되지 않았고 18%는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주당순자산비율이 1배에 미치지 못하면 기업을 당장 청산할 때 받을 수 있는 돈이 주식을 매각한 돈보다 더 많음을 의미한다. 주당 배당액을 주식가격으로 나눈 배당수익률은 코스피200 평균이 2.58%로 2003년 결산 기준인 1.92%에 비해 높아졌지만 여전히 미국 2.67%, 영국 3.8%, 프랑스 2.9%, 홍콩 3.79% 등에 비해서는 낮았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 가운데 세아철강의 주가수익비율이 1.79배로 가장 낮았고, 한국철강이 1.98배, 동국철강이 2.02배 순이었다. 또 주가순자산비율은 효성이 0.19배로 가장 낮았고 쌍용양회공업, 아세아시멘트, 코오롱이 각각 0.23배로 뒤를 이었다. 배당수익률은 케이티가 주당 3천원을 배당해 7.89%로 가장 높았고 엘지석유화학이 7.01%, 애경유화 6.85% 등이었다. 코스닥 기업은 파라다이스 5.23%, 코아로직 4.39%, 지에스홈쇼핑 3.8% 순이었다. 이홍동 기자 hdlee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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