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8.29 21:35
수정 : 2008.08.29 21:35
작년 인수한 밥캣 추가출자 등 유동성 위기설 확산
두산그룹주가 재무적 위험이 부각되며 동반 급락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불참을 선언한 두산에 대해 시장에서 유동성 위기설이 거론돼 온데다, 외국 계열사에 대한 유상증자 참여까지 발표되면서다.
29일 두산·두산인프라코어·두산중공업은 가격 제한폭까지 하락하며 마감했다. 두산건설도 12.65% 폭락했다. 지난 28일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은 외국 계열사 두산인프라코어 인터내셔널(DII·미국)과 두산홀딩스 유럽(DHEL·아일랜드)의 유상증자에 10억달러 규모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 계열사는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가 미국의 소형 건설장비 업체인 밥캣을 인수하기 위해 세웠다. 당시 밥캣 인수가액은 49억달러(당시 환율로 4조5천억여원)로, 국내 기업의 외국 기업 인수 금액으로는 최대다.
이번 유상증자는 밥캣 인수 때 차입금 약관상 차입금 규모가 회사의 법인세 등 차감전 이익(EBITDA)의 7배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규정 때문이다. 밥캣의 실적 악화로 EBITDA가 감소하자 DII의 차입금 29억달러 중 일부를 상환하기 위해 유상증자가 이뤄진 것이다. 두산이 거액을 들여 인수한 밥캣의 실적 악화에 따른 차입금 축소에 두산이 10억달러를 투입한 셈이다.
이번 증자는 두산그룹의 재무적 위험을 시장에 부각시키고 있다. 밥캣의 실적 부진은 두산의 유동성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밥캣 인수시 차입금과 재무적 투자자의 투자금액에 대한 향후 부담도 더 커질 공산이 크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참여를 중도에 포기한 것 또한 두산그룹의 자금 사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양희준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밥캣의 영업 실적이 예상보다 나쁘고 경영 여건도 좋지 않아 두산이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된 것”이라며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참여하지 못한 것도 자금 사정과 관련있다”고 말했다. 크레디리요네(CLSA)증권은 “(두산의 유상증자는) 미국·유럽에 대한 노출이 과도하게 높은 DII의 사업전망이 좋지 않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메릴린치도 “(밥캣의) 취약한 재무상태와 현재 시장상황을 감안할 때 자금 조달은 부담스런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두산그룹 쪽은 “이번 증자로 밥캣의 재무적 위험성은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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