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 움직임
‘전약후강’ 낙폭 70P 되돌려 -0.57% 그쳐
30일 미국 하원에서 구제금융 법안이 부결되고, 미국 증시가 700포인트 이상 폭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음에도 국내 증시는 비교적‘선방’해, 시장에선 ‘한 줄기 희망’을 찾았다는 분위기가 퍼졌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을 열자마자 전날 대비 4.97%포인트 하락한 1383.97에서 시작해 1377.58까지 떨어졌지만 곧바로 반등을 시작해 1448.06으로 장을 마쳤다. 뉴욕증시가 구제금융안의 부결로 다우지수 -6.98%, 나스닥지수 -9.14%, S&P500지수 -8.79%의 하락률을 기록했으나, 코스피지수는 -0.57% 하락에 그친 것이다.
이날 우리 증시 흐름에 대해 시장에선 심리적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조만간 새로운 수정안을 통과시킬 것이 확실한 만큼 미국하원의 구제금융안 부결에 놀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향후 미국 증시의 향방을 나타낼 나스닥선물지수도 이날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하원이 구제금융 법안 부결한 것은 선거를 앞둔 정치적 소란에 불과하다는 점을 투자자들은 더 잘 알고 있다”며 “조만간 다시 구제금융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걸 모두 아는 상황에서 ‘팔자’에 섣불리 나서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날 주가 흐름을 두고 2001년 9·11테러 당시와 비교해 우리 증시가 약간은 성숙해졌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과거엔 미국 증시가 폭락하면 무조건 추격매도에 들어가는 즉자적 반응에 그쳤으나 이제는 미국상황과 현재 주가상황을 점검하며 차분하게 대응한다는 것이다. 당시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개정 첫날 687포인트(7.14%) 폭락했고, 코스피지수도 9월12일 12.02% 폭락했다.
기술적 요인도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난 주 뉴욕증시가 700포인트 이상 반등했지만 우리 증시의 반등폭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지난주 후반엔 미국과 달리 하락세를 보인 적도 있다. 지난주 빠질만큼 빠져 이날 뉴욕증시의 하락에 영향을 덜 받았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선 코스피지수가 1370~1380선은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작용하고 있다. 또 이날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공매도 한시 중단 조처의 약발이 먹혔다는 분석도 있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금융위의 공매도 금지 조처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패턴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성적표를 보고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게 중론이다. 서용원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오늘 잠시 상대적으로 좋았다고 해서, 이를 방향성 있는 시그널로 봐선 곤란하다”며 “전반적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분간 주식 투자는 피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안창현 김경락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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