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환시장 사실상 좌우
외환전문가 “모니터링 필요”
외환전문가 “모니터링 필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외화자금 시장 뿐 아니라, 외환시장에도 외환보유고를 풀어 환율을 방어하겠다고 30일 밝혔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의 시장 개입은 외환보유고를 줄여놓았을 뿐, 환율 안정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외환보유고 감소는 시장의 불안심리를 키우는 부작용도 낳았다.
외환 전문가들은 외환시장에 대한 외부충격을 줄이려면 조선업체와 국내 금융회사들의 역외펀드에 대한 당국의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선업체의 선물환과 역외펀드들의 환헤지 거래가 국내 외환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올들어 지금까지 국내 8대 조선업체의 신규수주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억달러 줄었지만, 그래도 950억달러나 된다”며 “수주계약 이후 선주가 지급하는 선수금중 60% 정도가 선물환 거래를 통해 환전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들 조선업체들의 선물환 거래가 한꺼번에 매도 또는 매수로 쏠리게 되면, 이는 은행들의 단기 외채 급증과 이에 따른 외환시장 불안으로 곧바로 연결된다.
현재 60조원(9월말 잔액기준)에 이르는 국내 금융회사들의 역외펀드도 전체 투자금액의 80% 정도가 조선업체와 유사한 환헤지 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시중은행과 스와프거래에서 단기 달러자금을 빌려주는 외국계 대형은행들은 대부분 3개월 단위로 롤오버(만기연장)하고 있는데,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신용경색 심화로 이마저 사실상 끊어진 상태다.
한마디로 국제 금융시장이라는 외부 변수를 빼면, 국내 외환시장의 목줄을 조선업체와 역외펀드가 좌지우지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들 조선업체의 영업상황이 오락가락하고 역외펀드의 수익률은 하반기 들어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더 키우고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국면을 더 장기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산업은행 김갑중 트레이딩센터장은 “대형 조선업체의 경우 현금 흐름이 양호한 편이지만 중소 조선업체들의 경우 향후 세계적인 경기악화에 대비해 재무 건전성을 다시 점검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수출입은행 남기섭 여신담당 부장도 “국외수주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조선과 중공업의 경우 제조업 관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이들이 환율 등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해 당국의 세심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상호 기자 byeon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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