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종로구 금융관련전문업체의 시황판이 폭락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 때 1,100선이 붕괴됐지만 장 막판 상승하며, 전날보다 61.51포인트(5.14%) 내린 1,134.59로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외인 매도 공세에 신흥시장 리스크 부각…`ELS 물량 폭탄'까지
"최악 국면 넘겼다" vs "현금 확보가 최선"
"최악 국면 넘겼다" vs "현금 확보가 최선"
국내외의 온갖 악재에 국내 증시가 저점을 찾지 못하고 연일 추락하고 있다.
22일 증시에서는 글로벌 신용경색과 신흥시장의 디폴트 리스크 등 대외 악재에 더해 국내 부동산 경기침체, 은행 및 기업 자금난 등 대내 악재가 겹치는 모습이다. 여기에 주가연계증권(ELS)과 관련된 매도 물량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최악의 국면은 지났으므로 반등을 기대할 만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므로 현금 보유를 늘리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 `신흥시장 리스크' 금융위기 불 지피나 =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이 천문학적인 액수의 공적자금 지원과 유동성 확충 계획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는 진정되는 듯했다.
하지만 새로운 금융위기가 시장의 악재로 떠오르고 있다. 바로 신흥시장 디폴틀(채무불이행) 리스크이다.
이날 증시에서는 아르헨티나 디폴트 설이 갑작스럽게 부상하면서 오후 폭락장의 한 원인이 됐다.
현재 아르헨티나는 국제금융시장에서 200억 달러 규모의 외채 때문에 올해 70억 달러, 내년도 140억 달러의 자금 수요가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위기로 외채 차환이 어려워지자 유럽계 은행이 민간연금 펀드를 강제 인수할 것이라는 소식이 장중에 전해졌다. 이는 아르헨티나가 10년 만에 두 번째 디폴트 사태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로 번져 투자자들의 공포를 자아내기에 이르렀다.
또 아이슬란드 최대 은행인 카우프싱은행이 일본계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는 소식은 일본의 회사채 시장에 대한 우려로까지 번졌다. 이날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는 6.79% 폭락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의 문기훈 리서치센터장은 "돈이 많은 미국, 유럽이야 어떻게든 버틸 수 있지만 정작 금융위기의 뇌관은 동유럽이나 중남미 등 가난한 나라에서 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국인 매도 공세에 `ELS 물량 폭탄'까지 =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정되는 분위기임에도 외국인의 매도 공세는 연일 거세지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 3천627억원 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달 들어 단 하루를 빼고 모두 `팔자'로 일관해 이달 팔아치운 물량만 무려 4조원에 달한다. 문제는 외국인 매도가 단순한 증시 수급 악화 요인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 매도는 달러 매수세를 일으켜 이날 원.달러 환율이 1,360원 선으로 폭등하도록 만들었다. 환율 급등은 다시 증시 투자심리를 악화시켜 지수 하락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의 정의석 투자분석부장은 "고강도 외환시장 안정책이 나왔음에도 환율이 상승세를 재개하면서 외환위기와 같은 환율 폭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을 뒤덮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ELS와 연계된 매도 물량은 증시의 새로운 복병으로 떠올랐다. 지난해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끈 ELS 상품은 특정 주식이나 지수와 연계돼 수익률을 보장해 주는 상품으로 일정 주가 수준까지는 원금이 보장된다. 예를 들어 포스코 주가가 60만원일 때 설정된 연계 ELS 상품이 기준가(60만원)의 75% 이상에서 원금을 보장하도록 설계됐다고 하자. 이때 판매 운용사는 포스코 주가가 45만원(60만원의 75%) 이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포스코 주식 매수 등 수단을 동원한다. 하지만 주가가 일단 45만원 이하로 빠지면 운용사는 원금 보장의 의무가 없어지게 된다. 포스코 주가를 떠받칠 필요도 사라지므로 보유하고 있는 포스코 주식 등을 팔아치우게 되는 것이다. 이날 대형주가 폭락한 것도 상당한 물량의 ELS 관련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대우증권의 심상범 애널리스트는 "문제는 앞으로 추가로 지수가 하락하면 ELS 매도 물량이 더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것으로 `ELS 지뢰밭'이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 "최악 지났다" vs "현금 보유해라" = 일부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의 공포심리가 진정되면 증시의 반등을 기대할 만하다고 전망했다. 대우증권의 이승우 애널리스트는 "국내의 유동성 리스크가 완화될 경우 본격 상승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의 양경식 투자전략실장은 "시장이 패닉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저점을 예상하기 힘들지만 이미 지수는 극도의 저평가 상태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 위기와 함께 국내에서도 자금시장 경색과 부동산 관련 금융권 부실 등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주식보다는 현금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대신증권의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지금같은 급락장에서는 현금 비중을 늘리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완화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또 아이슬란드 최대 은행인 카우프싱은행이 일본계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는 소식은 일본의 회사채 시장에 대한 우려로까지 번졌다. 이날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는 6.79% 폭락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의 문기훈 리서치센터장은 "돈이 많은 미국, 유럽이야 어떻게든 버틸 수 있지만 정작 금융위기의 뇌관은 동유럽이나 중남미 등 가난한 나라에서 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국인 매도 공세에 `ELS 물량 폭탄'까지 =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정되는 분위기임에도 외국인의 매도 공세는 연일 거세지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 3천627억원 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달 들어 단 하루를 빼고 모두 `팔자'로 일관해 이달 팔아치운 물량만 무려 4조원에 달한다. 문제는 외국인 매도가 단순한 증시 수급 악화 요인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 매도는 달러 매수세를 일으켜 이날 원.달러 환율이 1,360원 선으로 폭등하도록 만들었다. 환율 급등은 다시 증시 투자심리를 악화시켜 지수 하락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의 정의석 투자분석부장은 "고강도 외환시장 안정책이 나왔음에도 환율이 상승세를 재개하면서 외환위기와 같은 환율 폭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을 뒤덮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ELS와 연계된 매도 물량은 증시의 새로운 복병으로 떠올랐다. 지난해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끈 ELS 상품은 특정 주식이나 지수와 연계돼 수익률을 보장해 주는 상품으로 일정 주가 수준까지는 원금이 보장된다. 예를 들어 포스코 주가가 60만원일 때 설정된 연계 ELS 상품이 기준가(60만원)의 75% 이상에서 원금을 보장하도록 설계됐다고 하자. 이때 판매 운용사는 포스코 주가가 45만원(60만원의 75%) 이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포스코 주식 매수 등 수단을 동원한다. 하지만 주가가 일단 45만원 이하로 빠지면 운용사는 원금 보장의 의무가 없어지게 된다. 포스코 주가를 떠받칠 필요도 사라지므로 보유하고 있는 포스코 주식 등을 팔아치우게 되는 것이다. 이날 대형주가 폭락한 것도 상당한 물량의 ELS 관련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대우증권의 심상범 애널리스트는 "문제는 앞으로 추가로 지수가 하락하면 ELS 매도 물량이 더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것으로 `ELS 지뢰밭'이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 "최악 지났다" vs "현금 보유해라" = 일부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의 공포심리가 진정되면 증시의 반등을 기대할 만하다고 전망했다. 대우증권의 이승우 애널리스트는 "국내의 유동성 리스크가 완화될 경우 본격 상승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의 양경식 투자전략실장은 "시장이 패닉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저점을 예상하기 힘들지만 이미 지수는 극도의 저평가 상태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 위기와 함께 국내에서도 자금시장 경색과 부동산 관련 금융권 부실 등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주식보다는 현금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대신증권의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지금같은 급락장에서는 현금 비중을 늘리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완화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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