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2.07 19:20
수정 : 2008.12.07 19:20
상반기 ‘자기자본 투자’ 3358억 날려…29곳 중 25개사 손실
전문 조사인력을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투자자문을 해주는 증권사들도 올해 급락장에서 커다란 투자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업계를 이끄는 대형 증권사들의 투자 손실이 중소형 쪽보다 훨씬 커, 증권사가 클수록 우수한 투자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상식’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반기보고서(2008. 9)를 보면, 비교 가능한 29개 증권사가 2008회계연도 상반기(4~9월)에 고객자금이 아닌 자기자본을 주식에 투자해 무려 3358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올렸던 주식투자 이익(7751억원)의 반 정도를 허공에 날린 셈이다. 조사대상 증권사 가운데 네 곳을 뺀 25개 증권사가 손실을 봤다.
대우증권은 상반기 주식투자 손실이 102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증권사 손실의 3분의 1에 육박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 주식투자로 벌어들인 1437억원의 71.24%를 반납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상반기 주식투자 손실액이 392억원이었으며, 삼성증권도 145억원을 올해 상반기 주식투자로 날렸다.
현대증권(585억원)과 신영증권(325억원), 한국투자증권(277억원) 등도 같은 기간 주식투자 손실이 200억원을 넘어서며, 지난해 같은 기간 투자이익의 절반 이상을 까먹었다. 메리츠증권은 주식투자 손실이 84억원에 이르러 지난해 주식투자로 벌어들인 돈을 모두 잃었으며, 골든브릿지증권과 하이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도 지난해 주식 수익금을 전부 없애고 추가 손실을 기록했다.
동양종금증권은 상반기 주식투자 손실이 7억원에 머물렀고, 굿모닝신한증권과 한화증권, 우리투자증권, 교보증권, 부국증권 등도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에이치엠시(HMC)투자증권과 한양증권, 이트레이드증권, 케이비(KB)투자증권 등 소형 증권사 4곳은 올해 상반기 폭락장에서도 적은 금액이지만 수익을 올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 예상이 대부분 빗나가 스스로도 큰 투자손실을 봤다”며 “이런 상황에서 증권사 리포트만 의지해 투자에 나섰다간 마찬가지로 손실을 입을 수 있어 신중한 판단과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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