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IT)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2분기 이후 시장에서 홀대 받아오던 기술주가 조금씩 기력을 회복하고 있다. 반면 기술주의 빈 자리를 메우며 시장 주도주 역할을 했던 소재주는 약세로 접어들고 있다.
5월 들어 기술주에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외국인들의 순매수다. 외국인들은 지난 6일부터 시작해 16일까지 7일 연속 2천억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기관들도 점점 순매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 이틀을 제외하고는 계속 상승했고, 한때 45만원대까지 떨어졌던 가격도 49만원 가까이 회복됐다. 하이닉스도 12만원에서 14만원대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반면 소재주의 대표주자인 포스코는 16일까지 연속 6일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국내 증시만의 현상은 아니다. 지난 주말 델컴퓨터 주가 급등(7.43%)으로 나스닥 지수는 상승했지만, 다우지수는 엑슨모빌(-2.04%)과 알코아(-3.09%)의 하락으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철강주인 유에스스틸은 지난주 14.6%가 급락했다.
소재주가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최근 달러화 상대적 강세로 인한 원자재 시장 투기자금의 역류, 중국 위안화 평가설에 따른 중국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 등을 꼽을 수 있다. 반면 기술주는 ‘아이티 경기 2분기 바닥론’이 확산되면서 선취매 세력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달초 엘시디 가격 반등 전망이 확산된데 이어 최근에는 디램반도체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16일 미래에셋증권은 “업계 내에서 ‘디램 반도체 6월 저점설’의 설득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수요면에서 피씨 수요 확대로 컴퓨터업체들의 물량 구매가 가시화되는 반면 하반기 공급은 제한적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세중 동원증권 연구원은 “만약 기술주 경기가 2~3분기 중 바닥 탈출이 가능하다면 지금이 적어도 기술주를 팔 시점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지금부터 5월말까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대만 투자비중 상향 조정 영향이 커질 수 있는 시점”이라며 “시가총액이 큰 기술주 중심으로 비중 조정을 위한 외국인의 기계적 매물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이런 매물 출회가 어느 정도 일단락되는 모습을 보일 때 매수하는 것이 낫겠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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