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거래소 시장에선 흔히 있지 않은 이상매매 현상이 발생했다. 오전 10시30분께 선물쪽에서 뜻밖에도 ‘큰’ 물량의 매수 주문이 들어왔고 이후 선물과 현물이 동반 급등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17이나 올라 960선을 거뜬히 올라섰다. 선물가격도 2.2포인트나 급등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갑작스런 주가상승이 반가우면서도 왜 선물 쪽에 그런 ‘난 데 없는’ 물량이 들어왔는지 장이 끝나고도 머리를 싸맸다. 일단 가장 유력한 해석은 주문 실수라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전날 선물 매매가 극도로 부진했고 이 시간 대에도 매도물량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라면서 “주문 실수나 프로그램 매수가 일시에 몰리면서 호가를 올렸을 가능성 등이 추정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시간대 매수주체는 외국인 쪽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어떻든 선물가격이 급등하자 전방위 연쇄반응이 나타났다. 프로그램매매가 작동하면서 현물에 대한 대량매수가 진행되고 주가는 단숨에 15포인트 이상 수직상승했다.
그런데 문제는 주문실수라고만 해석하기에는 의아한 게 적지 않다는 점이다. 대투증권 지승훈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선물에서 주문실수가 나더라도 즉각 반대매매를 통해 지수가 제자리로 돌아온다”며 “그러나 오늘은 지수가 올랐어도 매수세가 계속 유입돼 그대로 유지됐다”라고 말했다. 단순히 주문실수라고만 단정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대우증권 심상범 연구위원은 “현물의 대량 매수 이전에 선물의 대량매수가 진행돼 지수를 끌어올린 게 너무 꼭 맞아들어 무슨 시나리오가 작동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라면서 “여러가지 측면에서 오늘 장세는 이해하지 못할 점들이 많다”라고 갸우뚱했다.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위원은 “지수가 오른 과정은 약간 의아한 측면이 있지만 결국 투자자들 사이에 시장안정적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는 표현일 것”이라면서 “전날 미국 증시의 급등과 시장조정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홍동 기자 hdlee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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