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이상 한국 증시가 부담을 가져왔던 대만증시의 모건스탠리투자지수(MSCI지수) 반영 확대에 따른 증시 조정기간이 31일 장 마감과 종료됐다. 6월1일부터는 이 지수에서 대만의 시가총액 반영비율이 100%로 확대된다. 이번 지수 조정으로 신흥시장 내에서 대만 비중이 16.9%로 높아진 반면 한국은 19.1%에서 17.1%로 하향조정됐다.
5월 한달 동안 대만 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총 3조7천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대만 가권지수는 이에 힘입어 오랜만에 다시 6천선을 돌파하고 31일에도 이 수준을 유지했다. 외국인의 대만 매수세는 80~90%가 정보기술 관련주에 집중됐다. 지난 한주간만 해도 1조원 가까운 자금이 유입됐다.
그러나 우려하던 만큼 한국 증시에서의 자본유출은 심하지 않아 5월 한달 동안 한국 증시도 외국인들이 1200억원 남짓 순매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11~12월 1차 반영비율 확대 때 2조원 가까운 한국자금이 유출된 것과 비교하면 약간 다른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대만의 외국인 투자 자유화 조치와 MSCI의 비중 변경 절차가 처음 발표된 이후 대만 증시에 엄청난 외국인 자금유입이 이뤄진 것 같지는 않다”고 전하기도 했다. 실제 2003년 7월 대만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유화 계획을 발표한 직후 대만 증시에 추가 유입될 외국인 투자자금은 40억달러에서 최대 400억달러로 예상됐지만 현실은 이 수치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이 신문은 중국의 긴축 노력이나, 대만 달러에 대한 절상압력 등을 고려하면 외국인 자금을 이끌 만한 추가적인 요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측면은 국내도 비슷하다. 서울증권 권혁준 선임연구원은 “대만증시 비중 확대로 인한 영향은 일단락됐지만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들을 끌어들일만한 뚜렷한 모멘텀이 없다는 점이 계속 부담스럽다”라고 말했다. 한화증권은 “국제 펀드자금이 신흥시장보다는 여전히 선진시장을 선호하고 있으며, 우리 증시에서의 외국인 자금 동향에 대해서도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홍동 기자 hdlee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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