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장의 지리하고 특징없는 장세에 마감표를 찍고 종합주가지수를 1000 위로 견인한 것은 오후장 들면서 본격화한 기관의 프로그램 매수세였다.
15일 증시는 장 초반 이틀째 계속된 삼성전자의 자사주 11만주(보통주 10만주, 우선주 1만주)가 소진되자 한동안 소강상태에 빠졌다. 개인은 여전해 순매도를 유지했고, 전날 순매도세로 돌아선 외국인투자가들은 이날도 매도를 계속했다. 개인투자가들과 외국인은 이날 각각 1695억원과 852억원어치를 순매도해 이달 들어 가장 많은 물량을 쏟아냈다.
이날 증시의 가장 큰 호재는 재정경제부가 증권거래비용 인하 등을 통해 시중의 부동자금을 증시로 유인하기로 했다는 소식이었다. 16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선물거래소 등 15개 관련기관들이 회의를 연다는 얘기까지 전해지자 증시 분위기가 갑자기 밝아지면서 지수가 1000 언저리까지 접근했다.
외국인들이 선물을 4천계약 이상 순매수한 것도 큰 역할을 했다. 선물가격이 순식간에 치솟았고, 선물을 판 투자자들이 현물을 사들였다. 그러나 선물 매수세가 유지되면서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현물가격까지 끌어올리는 순기능을 해냈다.
이날 업종별로는 증권주가 대거 상한가를 나타내면서 평균 11% 오른 것을 비롯해 중간배당이 예상되는 한전과 에스케이텔레콤 케이티엔지 등 굵직한 종목들이 골고루 오름새를 나타냈다. 삼성전자도 외국인의 매도세에도 불구하고 50만원을 회복했다. 선가 하락설로 급격하게 가격이 빠졌던 조선주가 반등하고 철강주 내수주도 모두 올랐다.
서울증권 최운선 선임연구원은 “당분간 국내유동성과 해외유동성 추이가 상승 지속의 변수가 되겠지만 정부의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장세는 유동성과 정책 추이를 보다가 기업들의 2분기 실적장세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망했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000 아래로 떨어지면 투자자들이 크게 실망해 주가가 크게 빠지곤 했지만 이번에는 단 석달만에 회복했다는 것이 의미가 있으며, 투자자들이 이제 증시가 달라졌다는 자신감을 갖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동 기자 hdlee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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