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을 업고 하방경직성을 보이던 주가가 사상 최고수준으로 치솟은 국제유가의 직격탄을 맞고 다시 1000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유가가 오르면 비용이 높아져 물가가 불안해지고 거시적 수요가 위축된다. 이는 하반기 내수회복에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증권 전문가들도 고유가가 지속될 것인지, 지속된다면 상승폭과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 주가에 끼칠 악영향은 어느 정도인지를 분석하면서 다소 긴장하는 모습이다.
20일 싱가포르 시장에서는 7월 인도분 텍사스산 선물가격이 배럴 당 59.18달러까지 치솟아 60달러 돌파 직전 양상까지 보였다. 지난 주말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8.47달러까지 오른 것의 연속선상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은 “미국 등 주요 소비국의 정제능력 제약, 나이지리아 이란 이라크 등 주요 산유국의 정정 불안, 멕시코만 지역의 허리케인 피해 가능성, 미국의 본격 드라이빙시즌 도래 등이 유가상승의 주요 배경”이라면서, “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연말 전망치를 텍사스중질유의 경우 기존 52.2달러에서 53.5달러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은 “특히 지난 15일 석유수출국기구(오펙)가 50만 배럴을 증산하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상승한 점이 걱정스럽다”라면서 “글로벌 성장세에 부담이 된다는 우려가 늘어나면서 일부 고유가 수혜주의 상승세를 제외한 상당수 주식에 속도조절 요인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증시에선 에쓰오일과 에스케이가 유가급등으로 정제마진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오름세를 보였다.
대신증권 김영익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세계경제가 이미 고유가시대로 접어든 것은 부인할 수 없다”라면서도 “유가가 오른 수준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배럴당 70달러 이상의 ‘쇼크’ 수준이 아니라면 유가가 올해 증시 전반의 흐름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 정훈석 연구원도 “이번 유가 급등은 펀더멘털과 괴리된 투기적 공세에 근거하고 있어 이전보다 추진력이 약하다”라면서 “고유가가 달러 강세나 세계경기 감속과 양립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장의 우려는 완화돼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홍동 기자 hdlee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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