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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0.21 10:08 수정 : 2010.10.21 10:08

[한겨레 금융 특집] 주식·펀드

계약 잔액 32조원 넘어서

하락장선 펀드보다 손해 커

올해 금융투자 시장의 총아로 떠오른 랩어카운트. 지난해 9월 19조원이었던 계약 잔액이 지난 8월 현재 32조원을 넘어섰을 만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펀드의 인기가 급격히 식으면서 대체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랩어카운트는 랩매니저들이 자산을 운용해 주는 일대일 맞춤형 투자상품이다. 증권업계 용어로는 ‘투자 일임형’ 상품이다. 증권사에 돈을 맡기면 주식·채권·파생상품 등 여러 금융상품 가운데 투자자 기호에 맞는 상품을 선택해 하나의 계좌로 ‘싸서’(wrap) 굴려준다. 더욱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투자 쪽으로 좀더 특화된 투자자문사의 자문을 바탕으로 투자방향을 정하는 ‘자문사 연계형’이 따로 있다.

랩어카운트의 가장 큰 특징은 고객이 자기 계좌를 언제든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석 달 만에 한번씩 운용보고서를 보내주는 펀드와는 차원이 다른 장점이다. 고객의 성향에 따라 언제든 포트폴리오를 바꿀 수도 있다.

최근에는 ‘집합주문’과 관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증권사들이 주식 매매 주문을 할 때 서로 다른 랩 어카운트 계좌에서 한꺼번에 주문을 내는 사실상의 집합운용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펀드와 다를 게 뭐가 있느냐는 문제제기였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동일한 포트폴리오를 계좌별 일정 비율로 운용’하는 것을 집합운용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금지하는 쪽으로 법을 바꾸기로 했다. 이에 대해 증권사들은 “똑같은 포트폴리오 조건일 경우,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식 비중을 15%에서 20% 늘리기로 결정했다면 계좌별로 똑같이 5%씩 늘릴 수밖에 없다”며 “그러지 않고 어떤 계좌는 20%로 늘리면서 어떤 계좌는 15%로 그대로 둔다면 이게 오히려 선량한 관리자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더구나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언제든지 전화를 걸어 포트폴리오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집합운용이라고 금지하는 건 부당하다는 것이다.

점점 낮아지는 가입금액도 논란 거리다. 애초 5000만~1억원 이상의 자금 위주로 운용했지만 최근 대중화 바람을 타고 1000만원까지 하한선이 내려간 상태다. 하지만 이렇게 금액이 내려가면 단독 운용을 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실 이렇게 가입금액이 낮은 상품은 대개 지수연계형 같은 자동매매 시스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랩어카운트는 한정된 종목에 집중 투자하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는 상승장에서는 일반 펀드보다 훨씬 수익률이 좋다. 하지만 소수 종목에 투자하는 ‘몰빵형’이기 때문에 하락장에서는 손해가 더 커질 수 있다. 펀드보다 수수료도 높다. 랩어카운트 인기의 속내도 차분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가입금액이 크게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고객수는 8월 말 현재 57만여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9월 48만여명에서 9만명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여전히 소수 자산가들의 고위험 투자상품이라는 얘기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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